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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4.25 18:38
  • 호수 1452

[복지칼럼] 김민정  당진시건강가정지원센터장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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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절벽을 맞이하고 있는 나라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합계 출산율 세계 꼴찌라는 상황은 한국 사회가 많은 부문에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음에도 초등학교에 아이가 들어가기만 하면 갑자기 아이를 맡길 곳이 사라진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가능했던 오후 돌봄이 없어지면서 이른바 ‘초등돌봄절벽’에 부딪친다. ‘초등돌봄절벽’이 엄마의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경험하였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해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3월 28일 1차 회의에서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사회적 돌봄과 교육시스템 구축으로 아이돌보미서비스 3배 확대와 유보통합 시행, 늘봄학교의 전국 확대 등을 정책 목표로 집중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돌봄지원사업은 맞벌이 가구의 다양한 돌봄 수요에 대응하여 찾아가는 돌봄서비스이다. 당진에서도 140여 명의 아이돌보미가 활동하며 돌봄이 필요한 400여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용한 서비스이지만 가구 소득에 따른 수요자 유료부담서비스로 무상돌봄이 가능한 보육시설이나 공적 돌봄 체계를 더 선호하고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한편 돌봄과 교육을 병행하는 에듀케어 시스템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유치원과 보육시설이 통합되는 유보통합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늘봄학교는 ‘전일제학교’라는 독일 등 유럽의 나라에서 시행되는 학교 안에서의 돌봄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가 결합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 2002년도에 전일제 학교를 도입하며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현재 학교의 75%가 전일제 학교를 채택하고 있으며, 자녀의 안정적인 돌봄과 교육으로 부모의 근로환경이 안정화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전일제 학교에 대해 비판 여론도 있다. 성인 직장인들이 정규근로시간을 마치고 퇴근 이후에도 직장에서 쉬라고 할 때, 아무리 편안하고 좋은 환경이라 하여도 직장을 벗어나 집 쇼파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처럼 아이들에게 학교는 성인의 직장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학교를 벗어나고 집이나 놀이터에서 놀고 싶은 욕구는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전일제 학교가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 초등돌봄교실-꿈도담터’와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학교와 다른 지역사회의 공간에서 부모들의 수요에 맞춘 탄력적 운영시간과 양질의 돌봄과 교육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소수의 아이들에게만 혜택이 가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 부담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충분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부모의 시간 빈곤의 해결이 필요하다. 최근 서구국가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도록 육아휴직을 늘리거나, 자녀가 영유아시기일 때 주3일, 혹은 주4일 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자녀를 양육할 때 시간제 일로 전환하는 부모들을 위해서 시간제 근로의 직업적 지위 안정성과 일정 수준의 소득액 확보 정책 등도 잇따른다.

육아시간 확보의 주요 수단인 출산과 육아휴직 제도는 적용·시행하는 업체의 규모가 제한적이고, 유연 근무제 실시 역시 직업군별, 그리고 기업체 규모별로 시행 여부가 갈려 육아지원의 양극화는 양육환경의 계층화로 이어진다. 벨기에, 스웨덴, 잉글랜드 등은 만 1~2세 이전 영아에 대해 보편적인 보육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생애 초기 영아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부모와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부모들이 어린 자녀의 일과에 맞춘 근무 조건을 갖기가 어렵다. 맞벌이, 한부모 등 많은 형편의 부모들이 육아시간 부족에 허덕인다.

아이를 갖는 것은 축복이다. 부모는 아동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갖는 존재이다. 직장생활, 한부모 등 다양한 조건에서도 부모와 아이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국가와 사회는 마땅히 보장해 주어야 한다. 결혼과 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 있는 정책지원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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