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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7 00:47
  • 호수 1457

“좋아하는 일 하니 몸도 건강해졌어요”
[세상사는 이야기] 허순영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46·읍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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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카트 타고 싶어 프레시 매니저 시작
매일 인스타그램 활동하면서 코로나19 극복
야쿠르트 키링 제작 등 고객과 소통하며 다가가

 

“저는 평소에 잘 아팠어요. 매년 대상포진에 걸리곤 했는데 이 일을 시작한 뒤로는 한 번도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니까 몸도 아프지 않은 것 같아요!”

“야쿠르트 마시며 건강 회복”

인천 출신의 허순영 매니저는 당진출신 남자를 만나 인천에서 가정을 꾸렸다. 남편 직장 때문에 그는 15년 전 자녀들과 함께 인천에서 당진으로 내려왔다. 대도시에 살던 허 매니저가 본 당진은 지금보다 더 개발이 안 됐단다. 허 매니저는 당시에는 푸르지오 아파트도 없었다면서 개발이 안 돼 주변은 논과 밭, 산이었고 해가 지면 주위는 깜깜하고 암흑천지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초기에는 우울증에도 걸렸다면서 그러다 엄마순찰대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또래 엄마들을 만나면서 지역에 정착해갔다고 말했다.

옷가게, 마트 점원으로 일하면서 건강 상태가 안 좋아져 2017~2018년 즈음에 병원에 입원했다. 간 수치도 높아졌고 소화불량, 역류성 식도염 증상 등이 나타났고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동안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만난 것이 hy(옛 한국야쿠르트)였다.

허 매니저는 의사의 권유로 제품을 꾸준히 챙겨 먹으면서 판매원과 친해졌다. 특히 프레시 매니저들이 타고 다니는 냉장전동카트가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허 매니저는 사람들을 만나고, 카트를 타고 사방팔방 다니는 모습이 재밌어 보였다면서 관심을 가지면서 201912월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때 묻은 버스 시간표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환경이 일하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허 매니저는 구터미널 정류장 부근을 맡게 됐는데 코로나19로 거리를 다니는 유동인구가 없었다면서 결국 일을 쉬었다가 20214월에 재입사했다고 덧붙였다.

허 매니저의 하루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다. 배달 손님이 있어서 오전 배달을 하는데, 이전에는 새벽 배달도 있어서 오전 2~3시쯤이면 일을 시작했다고. 배달을 끝마치면 오전 930분에서 오후 430분까지 구터미널 롯데리아 맞은편 농협 앞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이후엔 약 1시간 정도 구터미널 원도심을 순회하며 상인들에게 제품을 판매한다. 이것을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반복한다. 일요일 하루 쉬는데, 장날이 서는 날이면 출근한다고.

허 매니저는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잠든 조용한 거리를 달리는 그 순간이 좋고, 아침 일찍 당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의 전동카트 위에는 손때 묻은 한 물건이 자리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간략한 내용이 담긴 홍보 책자인데 책자 안에는 버스 시간표가 있다. 허 매니저는 “‘버스 아직 안 갔냐며 물어보는 손님도 있고, 고객이 버스를 놓치지 않도록 버스시간표를 프린트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원래 버스가 2자리 숫자였는데 작년에 3자리 숫자로 바뀌면서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그대로 버스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면서 버스가 오면 어르신에게 알려드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SNS 활동으로 코로나19 극복

한편 2021년 그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제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SNS가 돌파구가 됐다. 허 매니저는 인스타그램에 매일매일 일하는 일상 모습을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제는 인스타그램으로 전국에서 택배 주문이 들어온다고. hy 회사에서도 그의 이러한 활동에 주목해 얼마 전 사보 촬영도 했단다.

허순영 매니저가 직접 만든 야쿠르트 키링
허순영 매니저가 직접 만든 야쿠르트 키링

고객에게 다가가는 그만의 영업전략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언제나 미소와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야쿠르트 병으로 키링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물로 제공했다. 손수 야쿠르트병을 세척하고 물에 끓여 병마다 얼굴 표정을 그려 넣었고, ‘괜찮아’, ‘멋있어’, ‘사랑해등의 따듯한 응원 문구를 적었다. 이 키링에 반해 일부러 고객이 찾아오고, 몇십 개의 야쿠르트 키링을 만들어달라며 요청받기도 했다고. 매번 제품을 구매해주는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어버이날 이벤트도 진행해왔다. 올해는 평소 사람들이 버스카드를 잘 잃어버리는 것에 착안해 버스카드 뜨개 지갑을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허 매니저의 노력에 매출도 자연스레 상승했다. 입사할 적에 그는 한 달 매출 500만 원을 목표했고, 1년 반이 지나서 달성했다. 그다음에는 700만 원을 목표했고 지난 3월 매출 740만 원을 기록하면서 목표를 이뤘다. 허 매니저는 다음은 월 매출 1000만 원을 목표하고 있다내년이면 목표한 바를 이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허순영 매니저가 버스 시간을 묻는 고객을 위해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다.
허순영 매니저가 버스 시간을 묻는 고객을 위해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있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 큰 기쁨

매출도 매출이지만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어서 좋았단다. 허 매니저는 일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젊은 사람이 일을 얼마나 하겠느냐며 또 바뀌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들이 제 진심을 알아봐줬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단골손님도 많고, 내가 끼니를 챙기지 못할까 봐 근처 식당에 식사를 주문해놓기도 하고, 간식거리 등을 선물하시곤 한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버스 기다리면서 손님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눠요. 이제는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 정도죠. 그동안 매번 뵈었던 어르신 몇 분을 최근 못 보고 있어요. 병원에 입원하신 거죠. 어르신도 건강하시고, 다른 사람들도 건강을 잘 챙겨서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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