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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면소식
  • 입력 2023.07.14 21:21
  • 수정 2023.07.25 17:50
  • 호수 1364

[르포] 실외기로 고통받는 당진어시장 상인들
“여기 상인 다 안약 넣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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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기 분진·열기로 상인들 호흡기·안과 질환 다수
폐쇄형시설로 지어져 공기 순환까지 안 돼
어시장 문 닫은 밤 사이 가스와 악취로 가득차

당진어시장 내 상인이 환풍기에서 나는 소리로 인해 이명을 호소하고 있다. 집에 가서도 귓가에 들리는 소리로 잠을 자지 못한다며 현재 불면증 약을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당진어시장 내 상인이 환풍기에서 나는 소리로 인해 이명을 호소하고 있다. 집에 가서도 귓가에 들리는 소리로 잠을 자지 못한다며 현재 불면증 약을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당진어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환풍기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바로 앞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조차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덩달아 목에 힘을 실어 말해야만 했다. 어시장 입구를 지나 중앙 쪽으로 향했다. 

밖에 있어야 할 실외기가 어시장 내 머리 천장에서 쉬지 않고 돌아갔다. 실외기의 뜨거운 바람으로 절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내 목이 따끔거리고 눈도 답답해졌다.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뻑뻑한 느낌이 들어 눈을 끔뻑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시장에 머무른 지 고작 40분,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눈이 아프고 목이 잠겼다. 상인들은 이곳에서 종일 일하고 있다. 환풍기의 소음, 실외기의 열풍과 분진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염증으로 시장 내 돌아다니는 곳마다 안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인이 없었다. 

 

‘터질게 터졌다!’ 우려가 현실로

당진어시장은 재건축을 통해 지난 2015년에 개장했다. 1층에는 수산물을 비롯한 상점, 2층에는 마트가 들어섰다. 마트는 이마트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이마트 PB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시장과 대기업의 상생 대표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2층으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1층 어시장에서는 상인의 시름이 쌓이고 있다. 

어시장이 개장될 무렵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돼왔다. 임시개장 직전까지 배수로 공사가 완공되지 않았으며, 수족관 냉각기 설치로 인한 환풍·환기 문제, 폐쇄형 건물의 논란이 있었다. 개장 8년이 지난 지금 우려가 현실이 됐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악취·분진으로 인한 문제가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시장 안에 설치돼 있는 수족관 냉각기 실외기. 여름철에는 수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계속해 가동되고 있다.
어시장 안에 설치돼 있는 수족관 냉각기 실외기. 여름철에는 수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계속해 가동되고 있다.

 

실내에 실외기? 온도 10도 차이나

당진어시장 가운데 천장에 실외기가 설치돼 있다. 실외기는 수족관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냉각기에 설치된 것으로, 여름철이면 온도가 높아져 실외기가 작동되는 시간이 많다. 실외에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개장 당시부터 실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시설이 설계됐다. 

하나둘 실외기가 늘자, 상인들이 불편을 호소했고 일부 점포에서는 사비를 들여 외부로 실외기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몇몇 점포가 아직 실외기를 외부로 빼지 않아 실내에 가동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어시장 내에 설치된 실외기는 약 15대에 이른다. 

분진으로 인해 상시로 안약을 구비한 모습
분진으로 인해 상시로 안약을 구비한 모습

 

실외기가 설치된 곳 바로 뒤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원덕상회는 뜨거운 열기로 선풍기 3대를 가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성닭집의 김성옥 대표는 “점포에 온도계가 있어 온도를 매번 확인하는데 실외기가 앞에 있는 이곳과, 실외기가 없는 다른 점포 온도가 10도가량 차이 난다”며 “실외기에서 건조한 바람이 나오고 먼지까지 날려 눈에 염증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래도 심해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눈 가려움증과 분비물이 자꾸 생겨 안경을 끼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열기 때문에 선풍기 세 대를 설치한 모습
열기 때문에 선풍기 세 대를 설치한 모습

 

안과 및 호흡기 질환 호소 

다수의 상인이 눈에 분비물이 심해 안과를 다니거나 심한 가래나 기침으로 인해 호흡기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집의 임매향 대표가 옷 소매로 눈물을 닦자 하얀 분비물이 묻어 나왔다. 임매향 대표 역시 안과를 다니고 있다. 그는 “안과에 갔더니 눈 속에 모래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안약과 인공눈물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인성진 당진어시장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눈이 따가워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세안할 정도라고. 

또한 호흡기 질환도 공통되게 나타났다. 원당수산의 박영자 대표는 기침과 객담(가래) 배출 곤란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하루에도 서너 번씩 먹는다. 가래가 계속 생기고 기침이 자주 나는 증상을 안고 있다. 

 

박 대표는 “병원에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냐고 물으니 공기 좋은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아침에 어시장에 들어오면 숨이 막힐 정도로 공기가 안 좋다”고 호소했다. 

송산상회 김영미 대표 역시 어시장에 들어선 이후부터 호흡기와 피부 질환을 겪고 있다. 김 대표는 “어시장 공기가 좋지 않아 코로나19 이전부터 마스크를 끼고 살았다”면서 “눈도 따갑고 피부도 가려우며 목도 잠긴다”고 말했다. 이어 “종일 어시장에서 일하다 보면 숨이 막혀 일찍 장사를 접고 집에 간다”고 말했다. 

또한 환풍기 작동 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이명 증상을 겪는 상인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기복 대표는 “환풍기의 소리 때문에 귀가 먹먹하다”며 “집에 가도 이명이 심해 밤에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다. 

 

“폐쇄형 시설이 근본적인 문제”

인성진 당진어시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상인들이 겪고 있는 어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로 ‘폐쇄형’ 시설을 꼽았다. 인 이사장은 “어시장이 지어질 당시 시장 상인 80%가 넘게 개방형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당시 당진시에서 폐쇄형을 고집했고, 결국 피해를 상인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째 냉각기 실외기 문제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와 당진시에 건의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어시장 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진시와 당진시민, 상인, 언론 등이 모여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진시에서는 주민들의 건강 피해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냉각기 실외기의 경우 당초 설계 당시부터 어시장 내에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밝혔다.

어시장을 관리하는 당진시 지역경제과에서는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수족관 냉각기 실외기를 내부에 설치할 수 있게 설계돼 있지만, 상인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어 외부에 설치하기 위해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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