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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재생의 가치를 전하는 ‘가치드림’ 이혜선 씨 (43·송악읍 중흥리)
버려지는 것에 쓸모를 더해 가치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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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찌꺼기의 새활용…키링·연필·화분으로 재탄생
수제종이·섬유인형 공예 등 업사이클링 공예
“기후위기 심각성과 환경교육의 중요성 깨달아”

커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말려 점토를 만들면, 그 커피점토는 태극기가 되고, 포켓몬이 되고 캐릭터 ‘당진이’가 됐다. 버려진 종이박스, 커피컵 홀더는 잘게 찢어 물에 불려 다시 꾸밀 수 있는 재료가 되고, 현수막과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은 아기자기한 인형으로 재탄생한다.

이혜선 씨는 버려지는 것에 쓸모를 더해 귀함을 알려준다. 그는 재생(업사이클링)의 가치, 환경보호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커피 찌꺼기로 캐릭터 만들어

 

월 1회 열리는 당진농부시장 ‘당장’에서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체험부스가 있다. 이혜선 씨의 커피박 캐릭터 핸드페인팅 체험부스다. 커피 찌꺼기(커피박)로 만든 점토로 제작한 다양한 모양의 캐릭터(키링)를 색칠하는 활동이다. 이혜선 씨가 지난해 5월쯤 ‘당장’에 참여해 현재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어온 활동이다.

이 씨는 “한잔의 커피를 내리면 원두의 99.8%가 커피박으로 남게 되는데 생활 폐기물로 매립 또는 소각된다”면서 “‘버려지는 커피박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키링 고리도 버려지는 캔 따개를 활용했다”면서 “환경을 생각한 업사이클링 놀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박 클레이는 캐릭터와 집에서 하기 어려운 물감을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활동이 모두 모여 인기가 좋다”면서 “커피박으로는 캐릭터 제품뿐 아니라 연필, 화분 등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내 앞날 생각하다  업사이클링 공예 시작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공예 활동에 관심있던 것은 아니었다. 순성면 아찬리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교에서 식품 관련을 전공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것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미래를 고민하다 알게 된 것이 커피박 클레이였다. 이 씨는 “식품은 오래 보관할 수 없다”며 “그에 반해 커피박은 다시 무언가로 재활용할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시장성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 후 천안을 오가며 커피박 클레이를 공부해 민간자격증을 취득했고 농부시장 당장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수제종이 공예와 새활용(업사이클링, 기존의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 섬유인형 공예는 개인 역량 강화를 하면서 올해 그가 새롭게 시작한 영역이다. 

수제종이 공예는 버려지는 택배 상자, 계란판, 우유갑 등을 이용해 재생 종이를 만드는 활동이다. 종이를 뜨는 틀에 따라 하트나 토끼 모양의 종이를 만들 수도 있고, 꽃잎이나 식용가루를 넣어 색다른 색감과 디자인으로 종이를 만들어낸다. 이 씨는 “이렇게 만든 종이는 감성적인 부분이 있어서 다이어리를 꾸미거나 나만의 엽서나 종이봉투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새활용 섬유인형 공예는 버려지는 옷, 자투리 원단, 폐현수막 등 일상에서 구하기 쉽고 쓸모 없어서 버려지는 섬유를 주재료로 바느질 없이 여러 가지 봉제인형을 만드는 공예다. 그는 “버려지는 원단을 사용하고, 무엇보다 바느질을 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에서 마주한 기후위기

무엇보다도 그의 활동은 안 쓰고 버려지는 것에 집중했다. 커피박 클레이에서 수제종이, 인형으로까지 활동을 넓히면서 업사이클링, 환경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이상기후, 여름철 쓰레기통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 등 평소 아무렇지 않게 여기던 일상이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는 “공예를 하면서 거꾸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동안 언택트라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오히려 코로나19가 기후위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는가”라면서 “앞으로 코로나19처럼 유행성 감염병이 더 발생할 것으로, 병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위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그레타 툰베리가 된다면…”

이 같은 생각은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느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커피박 클레이 체험에서도 아이들에게 커피박 클레이가 무엇인지 등 수수께끼를 내면서 재활용, 새활용에 대해 알려주려고 했단다. 또한 현재 그는 네이버 스토어 ‘무플상점’을 통해 커피박 업사이클링 체험 키트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백령도의 한 학교에서까지 그가 제작한 키트를 구매해 뿌듯하기도 했다고.

그는 “업사이클링 공예를 하면서 나 역시 환경교육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내가 배운 것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역량을 강화해 앞으로는 공예만이 아니라 환경수업 쪽으로 더 활동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부하고 더 성장한다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에 대한 가치를 모두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환경보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 모두 방관자가 아닌, 열다섯 살 나이로 목소리를 내고 환경 운동에 나선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 이혜선 공예가는...

- 순성면 아찬리 출생  

- 북창초, 신평중, 신평고 졸업

- 커피박 클레이, 수제종이 공예, 섬유인형 공예 활동

- 네이버 스토어 ‘무플상점’ (non-plastic.co.kr)

박경미 기자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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