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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7.20 16:16
  • 호수 1462

[칼럼] 정용국 효드림노인복지센터 요양보호사
“당진에는 이런 재가노인복지센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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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60대 남성입니다. 작년도 우리나라 노인인구가 17,5%였습니다. 노인인구가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가 되면 초고령사회라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노령인구 중에 10%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이죠. 장수하는 것은 좋은데, 노인성 질환이나 치매 등으로 인생의 말년이 힘들어지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장기노인요양보험이 실시되면서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중풍·치매·파킨슨병 등의 노인성 질환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5에서 1등급까지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면 대상자의 심신 상태와 부양 여건에 따라 요양급여 또 요양기관 등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이 있습니다.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가정에 방문하여 정해진 시간만큼 어르신을 돌보는 제도고 방문목욕으로 일주일에 1회 목욕 서비스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가정에서 요양 받기가 곤란한 분은 ‘주간 보호센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오전에 센터 차량이 어르신을 모시고 가서 식사와 프로그램, 목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오후에 댁으로 모셔다드리는 제도입니다. 

마지막으로 건강이 안 좋아서 통원도 어렵고 집에서도 모실 형편이 안되는 어르신은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습니다. 요양원에서 24시간 먹고 자고 생활하고, 보호자는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면회하고 만나 뵐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일반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같은 곳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요양원’은 요양 등급을 받으신 분들만 입소할 수 있습니다. 요양원은 일반 가정에서처럼 어르신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것을 도와 드리는 곳으로 어르신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도 하고, 목욕, 복약 등의 일상생활을 도와 드립니다. 일반 가정에서 가족들이 해야 할 일을 요양보호사가 대신해 주는 곳이고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는 의료행위는 할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이 다치거나 질병에 걸리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합니다. 반면 ‘요양병원’은 치료를 요하는 어르신이 입원하셔서 매일 의사의 회진을 받고, 질병을 치료하는 곳입니다. 말 그대로 병원이라서 요양 등급이 없으셔도 입원할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에서는 침상에서 치료받는 일만 합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노인주간센터인데, 오전에 어르신을 모시고 와서 여러 프로그램과 어르신들의 식사, 위생 등을 살피고 돌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집으로 모셔다 드립니다. 어르신들은 센터에 오시면, 오시는 순서대로 공기압 마사지와 안마 의자에서 안마부터 받으십니다. 9시 50분에는 아침 체조를 하고 조회 및 출석 부르기를 하고 오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에는 달콤한 낮잠과 핫팩 타임, 간식을 먹고 난 후엔 오후 프로그램과 함께 간단한 체조를 하고 저녁 식사 후 귀가하는 순으로 하루가 흘러갑니다. 오전 오후 프로그램은 노래교실, 미술치료, 영화감상, 취미교실로 서예, 윷놀이, 화투, 장기 놀이 등등을 합니다. 

우리 센터엔 특별한 행복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특별한 멸치 삽니다’입니다. 어르신들의 식단에는 종종 멸치볶음이 있습니다. 작은 멸치도 있고, 조금 큰 멸치도 있는데 하루는 어르신 한 분이 멸치 볶음을 드시다가 “얘들은 왜 이렇게 눈을 똥그랗게 뜨고 죽었대?”하시는 겁니다.

그러자 선생님 한분이 “아유! 그러게요. 어르신들! 혹시 멸치 중에 눈 감고 있는 멸치 보시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한 마리에 10만원 주고 살께요” 그러자 어르신들이 모두 멸치를 한 마리씩 집어 들고 “이놈도 눈을 떴네” “어유~ 이놈도~!” 하시고 입으로 가져가셨죠.

그 모습을 본 다른 선생님이 “어르신들! 멸치는 왜 눈썹이 없을까요? 혹시 눈썹 있는 멸치 있으면 저도 10만 원에 살게요” 그러자 어르신들은 웃으시면서 이제는 눈썹이 있는 멸치를 찾으십니다. 전에는 멸치 반찬이 나와도 안드시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다 드신답니다. 

이것 말고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나이 든 것이 죄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나이 든 것 때문에 힘든 세상입니다.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년을 보내시고,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좋은 추억만 남기고 건강하시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이 사연은 지난달 16일 금요일 MBC 라디오 <양희은 여성시대>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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