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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24 10:04
  • 호수 1465

고양이 34마리와 단칸방에 사는 할머니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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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쪼개 버려진 고양이·강아지 사료 구매해
지식·정보 없어 자꾸만 늘어난 새끼 고양이들
악취 등으로 인해 주변 이웃과 갈등 빚기도

나행복(송악읍 부곡리) 할머니는 방 한 칸 좁은 집에서 고양이 34마리 그리고 강아지 1마리와 살고 있다. 좁은 집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양이가 늘어나자 집안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곳곳에 사료가 널려 있고, 고양이 배변을 위해 주변에서 퍼 온 흙이 안방까지 흩어져 있었다. 여기에 악취까지 심해 주변 이웃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나행복 할머니는 왜 이렇게 많은 고양이를 좁은 집에서 키우게 됐을까.

버려진 고양이 키우기 시작해

할머니도 처음엔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단다. 2년 전 길을 가다 어미 없이 울고 있는 손바닥만한 새끼 고양이를 본 것이 시작이었다. 측은한 마음에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고, 하루 이틀 고양이를 보호해 준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또 새끼를 낳으면서 올해 초 새끼만 25마리까지 늘었다. 당진시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도 지원해주고 있지만 아무런 정보도 지식도 없었던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양이들이 굶지 않게 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용돈 일부를 떼어 고양이와 강아지에게 먹일 사료를 샀다. 전에는 9마리의 성묘들이 10kg 사료를 일주일 동안 먹었다면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 요즘에는 3일이면 떨어진다.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손녀

고양이가 안겨 준 위로 

사실 할머니가 고양이를 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허전함이 큰 이유였다. 아들의 부탁에 할머니는 손녀를 홀로 돌봤다.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손녀는 할머니 손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자랐다. 하지만 하루아침 아들이 손녀를 데리고 갔다.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떨어진 할머니는 그때부터 매일 우울했단다. 

“손녀가 ‘할머니, 나 가요’라고 인사만 하고 갔어도 덜 서운했을 텐데, 가는 줄도 모르고 보냈어요. 우리 손녀 매번 장학금 받으면서 공부도 잘했던 똑똑한 아이였어요. 그렇게 손녀가 가고 너무 외로웠어요.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연락도 못 했어요. 그때만 해도 아들하고 연락이 안 됐거든요.”

홀로 남겨져 외롭고, 슬펐던 그때 만났던 것이 고양이였다. 그렇게 고양이를 데리고 오고 같이 자던 날 꿈을 꿨다. 그는 “꿈에서 고양이가 우리 손녀로 변하더라”며 “그 후로 애착이 가서 고양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가 있어서 외롭고 슬펐던 것을 다 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눈 한 쪽 잃은 코코, 

할머니와 고양이들 지켜

할머니 그리고 고양이를 지키는 강아지 ‘코코’도 이 좁은 집에서 함께 산다. 할머니가 코코를 만난 것은 5년 전. 어느 날 초등학생들이 코코를 안고 할머니에게 찾아왔다. 눈 한쪽이 심하게 다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머리는 어디에 부딪힌 건지 피가 나고 있었다. 

치료를 받은 코코는 할머니를 지키기 시작했다. 코코는 낮이고 밤이고 할머니를 따라다녔고, 고양이도 마치 자기 자식인 것처럼 키우기 시작했다.

나 할머니는 “코코한테 먹이를 주면 물고서 새끼 고양이들한테 간다”며 “새끼 고양이들이 밥 먹은 뒤에야 자기도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위험한 사람이 고양이들에게 온다 싶으면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거주 환경 열악,

지역사회 도움 절실”

할머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양이가 많아지자 거주 환경도 열악해졌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집 안팎을 돌아다니는 탓에 집은 늘 지저분하다. 할머니가 잠을 자고 밥 먹는 등 생활하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신발을 신고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할머니는 매트 하나 깔고 잠을 청한다. 악취와 소음으로 인해 주변 이웃과의 갈등까지 빚어지는 실정이다. 

할머니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스스로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면천면에서 유기묘를 돌보는 김영숙 씨가 당진시가 지원하는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여전히 할머니도, 고양이도 살 수 없는 환경이다. 할머니 역시 혼자서 모든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영숙 씨는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다”며 “우선 할머니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보호 혹은 입양을 통해서 주인을 찾게 하고, 또 할머니와 고양이의 거주 공간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할머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했다. 

※ 도움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355-5440 (당진시대 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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