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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7.25 09:48
  • 호수 1465

[NGO칼럼] 1만3066명 시민들의 이름은 누구의 책상으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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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 회장

 

4월 21일 원탁토론회, 5월 1일 서명운동 시작, 5월 3일 당진원탁회의 출범, 6월 29일 1만 3,066명의 서명전달식 진행.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진원탁회의’가 숨 가쁘게 달려온 과정이다. 지난 3월 3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신학기 파업으로 당진에서도 아이들 급식이 중단된 학교들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폐질환 사태를 막아보고자 당진어울림여성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학교 급실실 공기정화기 설치’ 운동은 그 시작부터 논란의 연속이였다. 원탁토론회에서 발언을 했던 노동자와 지역 언론에 인터뷰를 했던 노동자에 대한 교육당국의 부당한 압력부터 시작해 서명운동 자체에 대한 폄하까지 수많은 갈등과 논란이 이어졌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엄마이고 내 이웃인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생명을 살려야한다는 당진원탁회의의 외침에 단 두 달만에 당진시민 1만3,066명이 답을 해주셨다. 활동이 가능한 당진시 전체인구의 약 10%인 당진시민이 서명에 참여한 것이다. 당진시민운동 과정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고,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들 만한 기적과 같은 성과였다.

6월 29일 목표했던 1만 명을 훌쩍 넘은 1만3066명의 서명부를 들고 당진시청을 찾았다. 당진시장을 대신해 서명부를 전달받은 관계자에게 시민들의 뜻을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학교 급식실 관련 문제는 교육청 소관이다’였다. 왜 당진시청에 서명부를 들고왔는지 모르겠다는 무책임한 관계자의 모습에 당진원탁회의 대표들은 ‘급식실 노동자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도 모두 당진시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답답함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얼마 후 찾은 당진교육지원청에서는 자체 집행의 한계를 얘기하며 담당 부서 실무자들의 고충만을 토로했다. 당진 관내 학교 급식실 38개소 중 단 한 곳을 뺀 37개 학교가 환기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와 지난해까지 60명으로 확인되었던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환자의 수가 단 몇 개월 만에 97명으로 늘었다는 끔찍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은 보기 힘들었다. (물론 실무담당자 개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당진시민들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당진시 인구의 10%에 가까운 사람들이 학교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보완하는데 세금을 사용하라고 동의해주셨다. 그럼에도 당진시는 담당기관과 소관부서를 따지며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학교 급식실을 직접 관리하는 주체인 교육당국에게 이 문제는 수많은 일거리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다못해 당진원탁회의가 고심 끝에 제안한 ‘당진시교육행정협의회’에서 교육청과 당진시가 함께 논의해달라는 요청에도 당진시의 역할을 강조하며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식의 답변 뿐이었다. 

당진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님에도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손을 잡아주고 연대하며 당진시와 교육당국에게 급식실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를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에도 당진시와 교육당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6월 29일 당진원탁회의가 당진시에 제출했던 1만3,066명의 서명 명단은 지금쯤 누구의 책상으로 갔을까? 

이제 많은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간다. 짧은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될 때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조금은 더 안전할 수 있도록 부디 당진시와 교육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변화를 만들어내길, 시민들의 뜻을 귀하게 여기고, 시민들의 눈을 두려워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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