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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3.08.01 17:05
  • 호수 1466

학생 위해 상식책 만든 홍선기 해나루시민학교 교사
“선생님 ‘멘붕’이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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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해나루시민학교에서 수학 교사로 봉사
학생들이 궁금한 내용 담은 용어 설명 책 발간

 

홍선기 해나루시민학교 교사가 중급반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질문할 것이 없냐고 물었다. 수학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질문하라는 말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멘붕’ 좀 가르쳐주세요.”

 그때부터 시작됐다. 홍 교사는 가르쳐야 할 것이 수학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 알고 싶어도 부끄러움에 묻지 못했던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홍 교사의 ‘비밀노트’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노트 속 글은 10년 뒤 <알고 싶어요! 딩!동!댕 사전>으로 태어났다. 

“10년 전 학생이 물었던 ‘멘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멘탈 붕괴’의 줄임말이라고, 한자와 영어를 칠판에 써 가면서 설명해줬죠. 그러더니 다른 학생들이 차례로 질문했어요. B.Y.C와 트랜드를 묻더라고요. 그때 학생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게 됐죠.”

 

“가르치는 것이 천직이오”

홍선기 교사는 지난 2013년부터 해나루시민학교에서 할머니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우강면 공포리 출신의 홍 교사는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호서고에서 교직 생활을 했다. 호서고가 개교한 이래 35년 넘게 호서고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퇴직 후 5년 정도 쉬다가 지인으로부터 해나루시민학교 교사 자리를 추천받았다. 홍 교사는 “원래는 딱 3년만 봉사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짐과 달리, 벌써 봉사한 지 11년째다.

해나루시민학교는 어려운 시대에서 자라면서 배움을 잇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곳이다. 홍 교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들이 살아오면서 배우지 못한 설움으로 눈물 흘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모르는 것 투성이라 많은 구박을 받았을 이들이 살맛 나는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상식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그러더라고요. 글을 배우고 공부를 하면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하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요. 수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더 즐거운 마음으로 살길 바랐어요.” 

 

홍선기 해나루시민학교 수학교사(전 호서고 교장)와 수기로 작성한 노트
홍선기 해나루시민학교 수학교사(전 호서고 교장)와 수기로 작성한 노트

 

수기로 적은 노트 8권

그 마음을 담아 적어 내려 간 노트만 8권에 이른다. TV·신문·책을 보다가도 모르는 용어, 혹은 들어는 봤지만 뜻은 모르는 용어를 볼 때면 사전이나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정리했다. 또박또박 수기로 10년 동안 정리해 놓은 노트의 양이 묵직하다.  

한 번은 손수 쓴 노트를 해나루시민학교 문선이 교장에게 보여줬다. 문 교장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해 책을 만들자고 권유했다. 홍 교사는 “미흡한 점이 너무 많아 처음에는 망설이고 반대했다”며 “문 교장의 권유에 약 200여 페이지 정도의 책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망스럽지만, 책이 나오게 됐으니 단 몇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전했다.

문 교장은 “홍 선생님이 10년 동안 만든 노트는 귀중한 보물”이라며 “그저 책장에 쌓일 뻔한 책이 만들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지속가능 상생재단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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