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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8.02 13:39
  • 호수 1466

[교육칼럼] 안전하게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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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민 전교조 당진지회장 (원당초등학교 교사)

 

교직 2년차 신규교사가 학교에서 생을 마감했다. 갑작스런 소식에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고, 교사들은 그 교사가 겪은 고통이 자신의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는 분향소가 차려졌고 조문과 근조화환이 끊이지 않는다. 그 교사는 죽기 전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알려졌다.

전교조 충남지부에서 충남교사 4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1.3%가 악성 민원을 받거나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에 연락이 오고 욕설, 무시하는 말을 듣는 사례, 자녀의 말만 듣고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내거나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등 수많은 피해 사례들이 파악됐다. 사건이 알려지고 단 2일 만에 이루어진 긴급 설문임에도 많은 수의 교사들이 참여한 것을 보면 현장의 분노는 엄청나며, 교사들이 겪고 있는 피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악성 민원은 교사 대부분이 겪는 부조리한 일 중의 하나이고 여러 교권 침해 중 하나이다.

불합리한 업무로 인한 교권 침해는 어떨까. 학교에서 실제 일어나는 사례를 살펴보자. A교사는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출장이 잡혀 5·6교시에 수업 대신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학생 B와 C가 점심시간에 싸워 상담을 해야 한다. 여기에 국회의원 자료요구로 긴급하게 공문을 제출하라 하고 교직원 회의도 잡혀있는 와중에 학부모에게 상담 전화가 왔다. 수업과 출장, 학생상담, 자료 제출, 회의, 민원 응대 중 A교사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교사의 본연의 업무는 무엇이며 그 외의 것들도 교사가 꼭 해야 할까? 

수업과 학생 지도 이외에 수많은 업무들을 교사가 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라고 되어 있다. 즉, 교사의 가장 중심 업무는 학생을 가르치는 수업과 생활지도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하고 있는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다. 현장체험학습 비용을 계산하고 학교 와이파이와 학생용 태블릿PC를 관리한다. 환경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봉투를 사서 교실마다 나눠주고 기간제 교원을 채용하고 임금 산정을 하기도 한다. 거기에 업무에 따른 공문처리와 악성 민원을 응대한다. 

이런 많은 업무는 수업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게 만들고 긴급한 경우 수업 중에 업무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수업과 생활지도 이외에 다른 업무들로 인하여 교권이 침해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교사들에게는 아이들을 정당하게 교육할 수 있는 생활지도권도 없다. 교사 지도에 불응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훈육을 하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기도 한다. 때문에 교사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지도를 포기하기도 한다.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권보호심의위원회는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교권보호심의위원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그냥 받아들여야 하고 항소할 수도 없다. 이러한 현실은 교사들이 깊은 회의와 좌절에 빠지게 만들고 일부는 교직을 떠나기까지 한다.

교육할 권리를 바로 잡아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민원 창구를 관리자로 일원화하고 교사 업무전화와 교실에 녹음 가능한 전화기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교사의 생활지도권 보장을 위해 교원지위법 등 관련법에 해당 내용을 명시하고 아동학대범죄 기준에 정당한 교육활동을 면책으로 명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업과 생활지도 외에 불합리한 업무들은 교사가 하지 않는 환경이 필요하다.

미국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를 알지 못하며 상담 신청은 이메일을 통해서만 한다. 출결을 포함하여 모든 민원은 학교 OFFICE를 통한다. 또한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학생에 대한 단계적 지도가 명료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수업 방해 수준이 심각한 학생을 일정 기간 수업에서 배제하거나 정학 처분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부 지침에 규정했다. 

안전하게 가르치고 싶다는 교사들의 절규는 안전하게 일하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요구이다. 이 사건이 있기 얼마 전 서울 양천구 모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이 학생에게 들려 교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일이 있었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교실에서 교사들은 교육권은 커녕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교사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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