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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8.27 04:01
  • 호수 1469

[기고] 김선순 봄봄문학상담연구소 소장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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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나는 좋다. 지금이라는 시간 위에서 곡예하는 듯 출렁이지 않고 잔잔한 평온을 느낀다. 지금 안에 주어진 것들과 함께 사랑하며 감사를 나누고 있다. 지금과 함께 나는 살아있는 자신을 느끼며 살아있음으로 충만해진다.

한때는 지나온 삶의 순간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잊혀진 기억으로 저장했다. 혹여라도 지금의 어떤 순간과 맞닿아 삐죽 얼굴을 내밀려할 때도 있는 힘껏 눌러버렸다. 지나온 나의 삶은 갖은 몸부림과 노력에도 보이지 않게 지금의 삶에 영향이 되었다. 지금 삶의 선택과 결정들마다 달라붙어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드러났다.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순간 내가 왜 그런 선택과 결정을 했었는지, 왜 내가 그런 말을 하고 행동을 했어야 했는지.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본 나의 삶 속에서 보게 됐다. 저 먼먼 과거 속에 있는 나는 지금 내게로 빈틈없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의 내게로 이어져 있는 먼먼 이전의 삶이 보였다.

과거라는 말로 담기엔 너무도 먼먼 이전의 삶, 기억조차 나지 않는 삶의 흔적들이 지금의 내 삶으로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전의 삶 속에 살아온 내가 그 기억들의 영향을 받아왔고, 지금 모든 순간마다 나의 마음과 행동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나온 삶의 순간들을 억누르고 지워내려 애썼던 내가 안쓰러워진다. 좀 더 일찍 그 부질없음을 알았더라면, 지나온 삶의 순간들이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더라면 무모한 힘을 쓰느라 덜 고생하였을텐데.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이전의 많은 나의 삶들이 있었고, 그 삶들이 있어 지금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그렇게 힘들여 지우려했던 과거가,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 억눌렀던 나의 이전 삶이 내 안에서 수많은 영향이 되고 커다란 작용을 만들어왔었다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내게 이전의 삶은 곳곳에서 모양을 달리하며 존재해왔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충분함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무엇이 먼저인지 선명하게 구별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내가 풍성하고 소중한 삶을 살게 됨으로 지난 나의 순간들과 마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는지, 아니면 지나온 삶 속에 우여곡절들이 잊고 싶음과 억압 속에서 자유로워짐으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이 풍성해진 것인지. 하지만 지금 나는 느낀다. 지나온 내 삶의 순간들이 풍성하고 소중하게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다가와 화해의 손을 내민 거라고, 지난한 삶 속에서도 사랑과 감사로 지금의 삶을 채워가고 있는 나에게 대견하다고 보내는 토닥거림이라고.

과거, 지난 삶은 바꿀 수 없다. 지난 삶 속에서 겪어야했던 수많은 사건과 상황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삶의 모든 것들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삶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변화를 만들고 바꿀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가 주어진 순간들에 충분히 몰입하여 행복을 만들어간다면 지나온 삶의 순간들 속에 달라붙어 있는 문제들은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의 내게 풍성한 삶의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면 과거의 지난한 삶의 순간들은 지금의 노래 속에 하나의 악보가 되고 오늘의 노래가 된다. 노래가 되어진 순간 지나온 어떤 삶도 지금 이 순간에 녹아 아름다운 하모니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이 좋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 더없이 좋다. 나의 이전 삶들이 지금 이 순간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내 삶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와 함께 곁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좋다.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들 속에서 사랑의 리듬을 싣고 달린다. 시의 언어, 시의 향기를 안고 오늘의 순간을 향유한다. 순간으로 펼쳐지는 삶의 아름다움 속에서 내 삶의 영원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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