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올려다보아야
끝이 닿는
오래 산 은행나무 가지에
흰구름이 앉았다 쉬어가고
그 그늘에
진돗개 사랑이도 누웠다 지나간다.
지난 장마에
단맛도 들기 전 곪아터진
개복숭아 몇 개
억지로 매달려 있다.
개울 옆으로 중얼중얼
내려오던 산길도
오가는 이 하나 없이
수천만근의 고요가
담금질하는 한낮
두서없이 모여 앉은
달궈진 지붕 아래
감자 찌는 냄새로
포실포실
마을이 익고 있다.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