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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9.12 19:49
  • 호수 1471

[칼럼] 유이계 부장리철탑반대 대책위원장
주민들은 왜 소들섬을 지키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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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는 전국에서 생태환경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이다. 삽교호는 국내 주요 월동 조류 서식지 중 하나이며,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월동 조류 서식지이다. 삽교호는 람사르 사이트의 지정 기준인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연간 2만 마리 이상, 여러 종이 서식하는 등 그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리도 하다. 

이곳은 큰고니, 독수리, 잿빛개구리매, 참매, 흑두루미, 흰꼬리수리, 삯,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이 서식하는 우수한 생태환경지역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자부심 또한 높은 곳이다.

이런 소중한 곳에 2014년 송전탑 건설 계획이 세워졌다. 그 이후로 평범하게 농사 짓고 살았던 우리 부부는 농부에서 투사가 되어 9년의 시간을 보냈다.

소들섬은 1979년 삽교천이 막히면서 퇴적물에 의해 생겨 커진 섬이다. 삽교호 일대는 호수와 평야를 동시에 보유한 국내 유일의 평야이며, 곡창지대로 철새들의 낙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한 곳이다. 

매년 4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 군무가 일품일 뿐만 아니라 큰기러기, 저어새, 황새, 큰고니,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밝혀진 새호리기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과 법정보호종 1급·2급이 서식하는 생태적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다.

이곳에 섬이 생겨나고 이름 없는 무명섬으로 불려진다 해도 철새들이 많아서 삭막해질 수 있는 넓은 평야의 겨울은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로우며 윤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온 주민들에게 송전탑 건설은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자연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철탑 건설을 반대해왔지만, 당진시의 미온적 태도와 행정조치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었고, 환경영향평가 제도와 야생생물 보호구역 주무관청인 금강유역환경청 역시 삽교호 유역 보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도 지역주민의 분통을 터뜨렸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철탑 및 개 가지고 그런다”는 소리를 들었다. 환경청은 “시화호에도 철탑이 많다”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고압송전탑 건설을 정당화하는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것에 깊은 탄식과 분노를 느끼며, 행정의 이같은 태도를 감당하기 매우 힘들었다.

이곳은 멸종위기 생물들이 많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보존 또한 중요한 지역이다. 그만큼 자연의 가치가 무궁무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노력하여 훼손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연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 잠시 머물러 살다갈 뿐이고, 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절대 우리의 것만이 아니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우리 모두는 책임 있는 어른들이어야 한다. 그동안 함께 뜻을 모아준 주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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