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타령
- 박종영 -
가슴이 허전한 날
편의점에서 새우깡 한 봉지를 사 들고 바다에 가자
나름 갈매기와 바삭바삭한 연애를 하러 가자
통통배 고동 소리 들으며
빈 낚싯대 던져 활기찬 애인 하나 건져 올려보자
바닷가 허드렛일로 갈매기에게 수작이나 부려
난봉꾼 직함 하나 얻어오자
가산 탕진해 개망나니 된 몸
신던 고무신 엿 바꿔 먹고
막걸리 타령이나 읊으며
고래고래 허공의 삿대질이나 하자
동네방네 시끌벅적 헛기침 소리에
봄비도 주춤주춤 내리는데
왼쪽 가슴 손수건 하나 달고 학교에 가자
정문 앞 문방구에 들러 쫀디기 씹으며 쫀득하게 놀아보자
눈깔사탕 우물거리며 휘파람이나 불며
꽃신 신고 팔짝 뛰어보자
팔랑팔랑 바람난 애인 허공에 맴돌 때
고무줄이나 끊고 도망이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