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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10.20 19:31
  • 호수 1476

[칼럼] 염치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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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현 전 어기구 국회의원 보좌관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께서 대답했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아들이 아들다우면 정치는 잘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齊景公問政於孔子(제경공문정어공자). 孔子對曰(공자대왈) : "君君, 臣臣, 父父, 子子.(‘군군, 신신, 부부, 자자니이다.)"

춘추시대 공맹의 사상을 현시대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공자가 말했던 다움의 지적이 매우 아쉽게 다가온다.

얼마 전 서울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이나며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야당의 승리나 득표율의 격차를 논외로 하더라도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여야 간에 재보궐 선거를 내년에 치러질 총선의 전초전으로 생각하고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결과는 민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이미 선거가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야당의 승리를 예견했었고 다만 어느 정도의 격차가 나느냐가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대통령다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당의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무리한 사면을 통해서 후보 결정 과정까지 관여하는 등 당무에 개입하다 보니 단순한 구청장 보궐선거가 아닌 정권심판론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금껏 수많은 선거를 보면 국민의 판단과 선택은 항상 옳았다. 항상 국민은 선거를 통해 정치를 질타하고 때로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학습 능력이 결여되어 무던히도 오류를 반복해서 행하여 국민으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문제로 인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상의 규정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는 당헌 제96조 제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 ,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힘은 당규 제39조 제3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강제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전당원 투표를 통해 추천할 수 있는 단서를 달아 여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반면 국민의 힘은 임의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실천에 대한 강제성이 결여돼 있다.

이미 양당은 이 조항을 지키지 않음으로 인해 쓰디쓴 패배를 맛보았으며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의 경우 21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두 곳 모두 당소속 시장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발생됐음에도 전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낼 수 있도록 단서를 다는 방식으로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내면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스스로 정한 원칙을 부정하고 국민을 무시한 결과는 엄혹했다. 이를 시작으로 민심은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으며 대선 패배로 정권이 교체되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의 힘은 2년 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착을 보았음에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똑같은 오류를 범했다. 법원 판결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을 통해 구청장 후보로 앉히는 과정은 어느 국민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선거 결과는 예측대로 참담했다. 민주당의 잘못된 판단이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를 가져왔듯이 국민의 힘은 다가오는 총선의 전망에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중앙정치는 이제 10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바로 총선 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이미 지역에서는 총성 없는 총선전쟁이 시작되었다. 특히 당진은 선거법 위반으로 3선거구의 도의원이 그 직을 잃어 재선거가 확정되었고 2선거구 또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선고가 내려져 2심을 앞두고 있다.

여야 모두 총선승리를 위한 전략 수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제 정치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원칙을 지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정치가 어떤 염치없는 짓을 했는지 돌아봐야하고 몰염치함을 반성하며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임금답게, 신하답게, 아버지답게, 자식답게 이런 다움이 정치에도 필요하고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 이런 다움을 갖지 못하고 그래서 답게행동하지 못할 때 우리는 염치없음을 느껴야 한다. 염치가 없으면 정치도 없다. 국민은 그런 염치있는 정치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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