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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면소식
  • 입력 2023.10.20 19:36
  • 수정 2023.10.23 11:10
  • 호수 1476

신평면 금천2리 마을회관 가스 폭발 사고 그 후
사경 헤매던 2명 잇따라 사망…슬픔에 잠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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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일간 중환자실 치료비만 약 5000만 원 달해
주인 잃은 보행보조기와 신발…시간 멈춘 마을회관
유족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에 대한 안전대책 절실”

사고 발생 후 폐쇄된 마을회관
사고 발생 후 폐쇄된 마을회관

신평면 금천2리 마을회관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81일이 지났다. 지난 8월 3일에 있었던 사고로 크게 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김 씨 할머니가 사고 한 달여 만인 9월 6일 세상을 뜬 데 이어, 또다시 한 달여가 지난 10월 14일에 손 씨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 피해자 3명 중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남아 있는 노 씨 할머니도 중환자실에서 여전히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을회관 가스 폭발 사고 이후 지금까지 금천2리 마을은 슬픔에 잠겨 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신평면민 체육대회에도 금천2리는 출전하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고,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축제를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춘 듯 금천2리 마을회관은 그 이후로 문이 굳게 닫힌 채 아무도 찾지 않는 폐허가 됐다. 주인을 잃은 보행보조기와 할머니들의 신발이 까맣게 그을린 마을회관 안에 그때 모습 그대로 놓여 있다. 

사고가 난 신평면 금천2리 마을회관 주방의 모습
사고가 난 신평면 금천2리 마을회관 주방의 모습

아직도 남은 사고 흔적

그날의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함께 식사하기 위해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모였고, 세 명의 할머니가 주방으로 향했다.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는 순간 ‘펑’ 하는 굉음과 함께 가스가 폭발했다. 그리고 세 할머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사고 현장은 참담했다. 마을회관은 사고 이후 한 달, 두 달이 지나도록 정리되지 않은 채 사고의 잔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곳곳의 유리 파편이 널브러져 있고 검게 그을린 식기들이 나뒹굴고 있다. 현재는 사고가 난 주방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LPG 가스통으로 입구가 막혀 있지만, 참혹했던 그 날의 모습을 주변 현장이 말해주고 있다. 

“요즘 같으면 살기 좋다고 했는데…”

다시 찾아간 마을은 여전히 조용했다. 폭발 사고로 마을회관과 경로당의 문이 굳게 잠겼고, 매일같이 모이던 어르신들도 그날의 아픔으로 이곳을 더 이상 찾지 못하고 있다. 평생 마을에서 함께 살던 이웃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보낸 주민들은 슬픔에 잠겼다. 

“먼저 돌아가신 할머님이 우리교회 권사님이에요.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딸 다섯을 혼자 키워내신 분이에요.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사모님, 저 요즘 너무 좋아요. 행복해’라고.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났어요. 제가 그날 마을회관으로 가던 할머님들을 붙잡았다면 사고를 피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요.”

금천중앙교회 지은화 사모가 어렵게 입을 뗐다. 아직도 세 할머니가 교회 앞을 지나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첫 번째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 교회를 찾아와 어머니가 늘 앉았던 자리를 쓰다듬으며 한참 동안 눈물을 쏟고 갔단다. 그는 “지금도 온 마을이 초상집 같다”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고 후 마을은 트라우마 속에 있다. 길에서 만난 주민 장순근·이숙자 씨는 “열심히 살던 이웃들이 그렇게 한순간에 떠나갔으니 얼마나 슬프겠냐”면서 “사고 이후 집에서 가스 불을 켤 때도 괜히 불안하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폭발 사고로 마을회관의 유리창이 깨져 있다.
폭발 사고로 마을회관의 유리창이 깨져 있다.

알아들을 수 있었던 어머니의 말 “아프다”

유족들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무겁다. 두 번째로 세상을 떠난 손 씨 할머니는 청주에 있는 베스티안 병원으로 옮겨져 72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지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손 씨 할머니는 전신 73%에 화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로 입고 있던 옷가지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고, 피부가 벗겨져 눕지도 못해 그 고통을 안고 두 발로 응급차에 올려야 했다. 젊은 사람도 버티기 힘든 화상치료를 83세의 손 씨 할머니가 버텨왔다. 그 사이 두 번의 심정지가 찾아왔고 결국 세 번째 심정지가 왔을 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72일 동안 아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말은 오로지 “아프다”는 말뿐이었다. 얼굴까지 화상을 크게 입어 할머니가 우물우물 무언가를 말해도 아들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붕대로 싸맨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으로만 슬픔을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현재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LPG 가스통으로 막혀 있다
현재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LPG 가스통으로 막혀 있다

수천만 원대 치료비…보험비 지급은?

두 달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손 씨 할머니의 치료비는 5000만 원에 달한다. 매일 같이 드레싱을 해야 했는데, 드레싱을 한 번 할 때마다 백 단위의 비용이 청구됐다.  가족의 아픔과 별개로 쌓인 치료비에 가족들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노 씨 할머니의 치료비도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쌓여만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유족은 “폭발이나 화재 사고가 나면 화상치료에 막대한 치료비가 소요된다며 “당진시민안전보험 역시 폐지돼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어야만 시민안전보험금으로 1000만 원이 지급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도 최대 치료비 1500만 원, 사망해야 8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만약 이렇게 보험을 든 것이라면 당진시가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안전관리 역시 노인회장과 마을이장에게 일임하고 있는데 대부분 고령”이라며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제대로 관리될 수 없는 상황으로 또다시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호소했다.

주인을 잃은 보행보조기가 마을회관에 여전히 놓여 있다. 
주인을 잃은 보행보조기가 마을회관에 여전히 놓여 있다. 

보장 여부 손해사정사들이 확인 중

한편 현재 사고가 난 마을회관(경로당)에 세 개의 보험이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시 경로장애인과에 따르면 당진시 소유 건물로서 가입된 보험 외에도 가스공급회사의 의무보험과 경로당에 대한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경로장애인과 관계자는 “현재 세 가지 보험에 대한 보장 여부를 손해사정사들이 확인하고 있다”며 “유족이 알고 있는 것 외에 추가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 GS EPS에서 기탁한 지역사회 맞춤형 사회공헌 기금에서도 긴급 지원비가 지원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안전지원금은 별도로 지원받지 못할 예정이다. 당진시 시민 안전사고 위로금 지원 조례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보상금 또는 지원금을 받는 경우에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사고 재발 방지에 대해서는 현재 당진시는 경로당 가스 안전과 관련해 전수 조사를 마친 상황이며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곳은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이후 추가 보완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 내년 스마트 경로당 사업으로 11억 원이 편성된 가운데 이 중 절반을 안전 관련 항목으로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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