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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10.27 20:52
  • 호수 1477

[칼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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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수 달팽이문학회 회장

 

5개월 전 아무 생각 없이 우리는 연극 연습을 시작하였다. 언젠가는 연극을 통해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16명 전원이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각자가 생업이 있으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 연습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장애인 배우들은 장애인 인식 개선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러할 수 있었으나, 비장애인 배우들은 평소에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 없이는 매우 어려웠으리라 생각이 된다.

아무튼 우리들은 5개월이란 기간 동안 40여 회에 걸쳐 큰 불평 없이 열심히 연습하였다. 몇 번의 대본 수정도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대사를 외우지 못해 걱정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약간의 원망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최선을 다 해 열심히 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으면서 그 믿음이 우리의 자산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는 더 큰 산도 함께 손잡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5개월 동안 친구가 되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넘었다. 

지금부턴 필자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려 한다. 대본에 있는 대사를 2개월 걸려 완벽하게 외웠는데도 그 인물.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하기가 엄청 어려웠다. 극중 인물의 성격으로 연기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30~40년, 아니 40~50년 동안 고정관념으로 굳어졌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결론은 아주 쉽게 도출되었다. 평생 알게 모르게 스며들었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하루아침에 변할 거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연극 연습을 하면서 아무리 연습해도 극중 인물의 심중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장애인 인식 개선은 어쩌면 장거리 마라톤과 같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였다. 

드디어 연극은 막이 올랐고 별 실수 없이 무사히 연극을 마쳤다. 연극이 끝나고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였다. “연극 잘 봤습니다.” “연극 잘하던데요.” “배우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라는 반응이었다.

내가 이 연극을 시작할 때 연극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은 10명 중에 1명 정도는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장애인들에게 그런 어려움이 있었군요.” “우리들이 무심코 한 행동이 장애인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군요.”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조금씩 조금씩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극을 마치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진실처럼 포장되어온 잘못된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를 비롯한 모든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행복하게, 자신감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조금씩 조금씩 변하게 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앞으로도 이러한 연극 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에서도 자기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열심히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조금씩 변하게 될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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