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인터뷰] 제3회 충남 어르신 소방안전문화 공모전 대상자 정정례 씨(정미면 산성리)
“글자 몰라 영수증 보며 글 공부했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 문 닫자 집에서 독학
인생사와 화재 안전 이야기 재밌게 풀어내

제3회 어르신 안전문화 작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정례 어르신 
제3회 어르신 안전문화 작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정례 어르신 

 

“불 이야, 불 이야” 

82세의 정정례 어르신이 종이에 적힌 시를 떠듬떠듬 읽어 내려갔다. 직접 지은 시 ‘불’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어르신 얼굴에는 화색이 감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충남 어르신 소방안전문화 공모전은 재난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의식을 기르고 사회 전반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공모전은 창작시·그림·사진 총 3개 분야로 진행됐다. 충남 도내에서는 그림 266점, 창작시 86점, 사진 66점 등 총 418점이 접수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중 정미면 산성리에 사는 정정례 어르신이 ‘불’이라는 창작시로 대상(도지사상)의 영예를 안았다. 어르신의 창작시 ‘불’은 인생사와 화재 안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 좋은 평을 받았다.

막내딸이 사준 동화책 읽으며

서산시 성연면에서 태어난 정 어르신은 당진 출신 남편을 만나 24~25살에 정미면 산성리로 시집왔다. 정 어르신은 슬하에 7남매(1남 6녀)를 두고 가정을 꾸려왔다. 현재까지도 밭을 일구고, 최근에는 콩을 수확하는 등 정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옛날에는 학교가는 사람이 적었다. 정 어르신도 학교를 다니지 못해 글을 몰랐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때에 독학으로 글 공부를 시작했다. 그 덕에 공모전에도 참여했다. 정 어르신은 “코로나 때문에 마을회관이 문을 닫아서 집에만 있었는데, 가지고 있던 영수증을 보면서 혼자 씨부렁거리며 공부했다”면서 “이 모습을 보고 막내딸이 <흥부 놀부>나 <선녀와 나무꾼> 같은 책을 사다주곤 했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글자 한자 한자를 짚으며 동화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를 반복하자 글자 읽기가 됐다.

아직 쓰기는 미흡하단다. 정 어르신이 대충 글을 써 내려가면 막내딸이 조금 고쳤다. 이렇게 낸 창작시가 상을 받았다. 시에는 20여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영감’(남편)이 등장한다. 정 어르신은 “재미를 위해 아내 속을 썩인 것처럼 시를 썼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TV에서 화재 사고를 볼 때면 사람도 죽고 무섭다”면서 “당진에서도 큰 불이 났던 만큼 우리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 어르신의 수상 소식을 전한 신동근 당진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어르신의 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며 “앞으로도 당진소방서에서는 어르신 화재예방 및 안전의식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상작]

          정정례

火가 난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 나서 화가 난다

영감 때문에 썩은

내 속 같다

火가 난다

불도 내 속도

꺼 주시유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