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기행문]군산 역사기행을 함께 한 소중한 시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인정(원당동 거주)

 내가 아는 군산은 얼마전 방영된 TV에서 <선을 넘는 녀석들>에 나오는 군산이야기 정도가 전부다. 가본 적도 없고 거기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 없어서 나에게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한 곳이다. 가끔 여행 다녀온 지인들이 사갖고 온 이성당 빵을 먹으며 상상하며 떠올렸었다. 

 그런 군산을 가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새마을문고 당진시지부에서 해마다 열리는 역사문학기행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다가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는데, 운 좋게 동참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처음 가는 역사문학기행이기도 해서 어렸을 때 소풍을 기다리는 것처럼 설레었다.

 가는 차 안에서 김선순 강사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어 서로에게 꽃이 되자는 이야기와 함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군산의 역사 이야기와 채만식 작가의 대표작 <탁류>라는 소설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주인공 정주사의 큰 딸 초봉이의 삶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고 꼭 읽어봐야 할 소설로 정했다. 요즘 스마트폰이나 미디어의 발달로 웹툰이나 뉴스를 많이 보게 되는데 꼭 책으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운 분위기로 어느새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 도착했다.

 군산에 도착 후 해설사의 도움으로 국제 무역항에 있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관람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관람해도 모자랄 정도로 규모가 컸는데 시간상 중요한 몇 곳만 관람했다. 군산이 최초의 3.1운동 발생지이며, 일제강점기에 엄청난 쌀을 약탈당하며 만들어졌다는 기찻길이나, 군산세관 역시 그대로 남아있어 관람하는 내내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다시금 마음에 새겨졌다. 

 근대역사박물관 주변 근대화건물이 잘 보존되고 있어서 볼거리가 너무 많았다. 그 시대 잘 지어진 조선은행은 건축학도들이 건축을 배우러 오는 곳이라고 한다. 내가 자란 인천 신포동에도 근대화 건물이 있는데 그에 비해 몇 배나 더 보존되고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오늘의 목적지 채만식 문학관을 방문하여 그분의 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1902년 태어난 백릉 채만식은 부유한 농민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나 일본 유학까지 가게 되었지만 집안이 어려워져 1년 만에 중퇴하고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작가의 길을 간다. 

 30년 동안 1000여 편의 글을 남겼으며 그 중 200여 편의 소설을 남긴 예술가다. 하지만 독서회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친일의 길을 가게 되었으며 광복 이후에 민족의 죄인이라는 중편소설을 통해 자신의 친일행적을 반성했다. 해설사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위한 『왕치와 소새와 개미』라는 동화를 소개해주셨는데 그들의 얽힌 삶을 재미있게 풀어내 역시 똑똑한 소설가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채만식 문학관을 방문하고 난 뒤 나는 그의 많은 책 중 적어도 몇 권 정도는 꼭 읽어보리라 다짐했다.

 오늘 군산을 알아가기에 5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다음에 가족과 함께 꼭 다시 한번 방문하여 강사님이 추천해 준 부잔교, 히로스가옥, 말랭이마을, 일본식 절 동국사, 초원사진관 등을 모두 방문하기를 다짐해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막내가 쓴 수첩을 보니 <채만식 : 옛날작가 19☆☆년 주요글 : 탁류>  강사님 설명을 들으며 써놓은 글에서 중요한 건 다 놓치고 나머지를 또박또박 써놓은 것을 보며 한참 웃었다. 엄마와 11월 11일 문학기행 간다고 약속잡지 말라는 통보를 하고 억지로 왔다고 설문지에 쓰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둘째와, 유아기 이후로 제2의 감정을 배워가며 잘 삐치는 막둥이, 그리고 갱년기가 찾아오기 시작한 엄마가 함께하는 소중한 여행이었다. 특히 새마을문고와 김선순 강사님을 알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소중한 날이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