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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3.12.29 20:40
  • 호수 1486

■ 2023 신진문학인 정수만 작가(현대자동차 시곡대리점 카마스터)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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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년 동안 전대저수지 앞에서 살며 집필
첫 책 <대답 하지 않는 것들과의 대화> 펼쳐

 

“계절의 속도감은 애착의 깊이에 비례하는 것이어서 아쉬운 것들은 늘 눈인사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법이다.” - <봄날은 간다> 중

2023 당진 신진문학인으로 선정된 정수만 작가가 처음 세상에 내놓은 수필집의 제목은 <대답하지 않는 것들과의 대화>다. 대답하지 않는 것들은 나무, 들꽃, 풀, 하늘 등이다. 정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따뜻한 언어로 담고자 했다. <대답 하지 않는 것들과의 대화>는 쫓기듯이 사는 세상 속에서 잠시 쉼을 주는 책이다.

다시 일어서게 한 건 ‘글’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수만 작가는 문학의 꿈이 늘 마음 한자리에 있었다. 대학 재학 당시 문학상도 수상할 정도로 문학 청년이었다. 인문학을 사랑하고, 글을 쓰고 싶어 했던 문학 청년의 꿈은 제대로 펼쳐지지 못했다. 이문열 작가의 <사람의 아들>을 읽고, 그 글의 깊이와 지식의 방대함에 문학과 자신은 먼 거리라 생각했단다. 문학의 꿈을 꽁꽁 가둔 채 사회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마음의 빗장을 푼 열쇠는 동료가 선물해 준 책이었다. 김훈 작가의 <라면을 끓이면>을 읽은 정 작가는 울림을 느끼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무슨 글을 쓸까 고민하던 중, 호숫가에 살면서 가치 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남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과 법정 스님의 책을 접하게 됐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법정 스님은 세류를 벗어나 산에서 은거하며 자연 속 일상을 써 내려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작가 역시 시골 청송에서 자라 친근했던 자연을 늘 그리워했다. 기회가 되면서 도심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송악읍 금곡리의 전대저수지 앞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때 대답하지 않는 것들과의 대화를 시작했고, 6년 여 동안 생활하면서 담은 글이 이번 책 안에 다수 담겼다.

“단어 하나에도 머물렀으면 해요”

“요즘 많은 사람이 자기의 능력을 올리기 위해 자기개발서를 찾아요. 달려가는 것에 집중하죠. 하지만 때로는 쉬기도 하고, 뒤를 돌아볼 여유도 있어야 해요. 이때 제 글이 누군가에게 안식을 주길 바라면서 썼어요.”

글들은 한 줄 한 줄, 문학적인 언어를 사용해 담겼다. 정 작가는 “단어가 쉽지 않아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지적 표현을 충족시켜 주는 것도 작가의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단어, 표현 하나에도 사람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책 중 <나무>는 2년 동안 쓰고 지우고 고쳤던 글이다. 오랜 시간 나무를 들여다 보면서 사람의 인생을 빗대어 표현했다. 이외에도 조용히 세상을 들여다 보면서 쓴 글들이 많다. 정 작가는 “현실의 환경에 지친 분들이 글을 통해 쉼을 얻었으면 한다”며 “대리 만족, 간접 경험을 통해 힐링하고, 지친 삶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수만 작가의 글 한쪽>

들풀은 아무 곳에서나 맘대로 일어선 것처럼 생명의 모든 순환 과정도 오롯이 자연의 순리에 맡긴다. 가을 들어 한껏 도톰해진 씨방들은 농익은 가을 햇살에 터져 사방으로 떨어지거나, 갈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벼이 허공을 유영하다가 한적한 길섶에 떨어지거나 참새들의 입안으로 들어가 배설물과 함께 다른 먼 곳에 안착하여 발아할 때를 기다린다. 그들은 잘 가꾸어진 정원을 탐하거나 아름다운 도자기 화분을 절대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흐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안온한 햇살에 유유히 일렁이는 들풀의 모습은 자분자분하고 초연하다. 때로는 마치 삶을 달관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의연하게 자연의 섭리에 적응 한 초인 같이 말한다. 

들풀은 스스로 흔들리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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