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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4.01.05 20:45
  • 호수 1476

[예술인을 만나다] 심장섭 시인
시집 <오래된 답장> 발간…고향의 애틋함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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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부터 지역을 애정하는 마음까지
사회복지 공부에 봉사까지 분주한 삶 지내

 

심장섭 시인의 <오래된 답장>이 발간됐다. 고향을 향한 마음을 꾹꾹 담은 시집이다. 지금은 터만 남아 사라진 심 시인의 옛집과 고향 당진의 명소들을 시로 써내려갔다.

심 시인은 은봉산과 봉화산 자락을 앞에 둔 정미면 봉성리에서 태어났다. 정미초와 미호중을 졸업한 심 시인은 성인이 되고 고향을 떠나 객지 생활을 했다. 우체국에 입사해 35 년 동안 근무했던 심 시인은 나이가 들수록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특히 부모님이 살다 떠나고 덩그러니 남은 집을 볼 때면 더더욱 아련함이 찾아왔다.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집은 차츰 온기를 잃었고, 결국 철거하면서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적어낸 시집이 <오래된 답장>이다. 

고향 떠올리며 쓴 시

“…대청마루 두껍게 쌓인 먼지 위로 오래된 발자국을 찍는다 / 가마솥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머니의 체취 / 한 쪽 문은 오간 데 없고 나머지 문짝마저 위태롭다 / 고향이라는 상생과 공생의 고마운 날들 / 가끔 행간을 바꾸는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소문조차 오랜 시간 험한 길 넘는다 / 지금은 빛바랜 답장을 찬찬히 읽고 싶다.” <오래된 답장 中>

시 ‘문풍지’에서도 고향의 깊은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그 그리움 사이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향한 아릿한 마음도 담겼다. 지금과 달리 문풍지 하나로 겨울의 추운 바 람을 막아야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 면 따뜻한 곳에 있어도 추위가 밀려 온다. 심 시인은 이 기억을 ‘내 어린 분신이 어둠 속에서 떨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늘 떨던 것은 아니었 다.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어 머니의 사랑이 추위를 이겨내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역 곳곳 담은 시들도

이번 시집에서는 영내천, 필경사, 행담도, 삼선산수목원, 삽교호, 보덕사 등 당진의 명소들이 곳곳에 있 다. 그중에서도 심 시인이 소들섬을 꼽았다. 심 시인은 “천혜의 자연을 잘 보존해 후손에게 남겨야 하는데도 고압선이 들어서게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번 시집은 심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심 시인은 “한 해 한 해 시집을 내면서 좀 더 시민에게 좋은 시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계속해서 배우고 다듬으며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심 시인은 지난 2004년 공 무원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당진에서는 한국문인협회 당진지부장을 맡았었다. 심훈문학대상과 허균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작품 활동 외에도 신성대 사회복지과를 재학하고 있으며, 놀이놀이 봉사단장을 맡으면서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심장섭 시인의 시 한 쪽>

들깨 털기

들깨는 사정없이 두들겨야 비로소 알곡이 쏟아져 

세상 밖으로 나온다

 

마당에 깻단 빈 잔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바람의 갈퀴 사이로 가을 냄새가 빠져나간다

 

가을에 어머니가 들깨 두드리시던 소리 

부엌에서의 고소한 들기름 향기다

 

가끔 입맛이 없을 때

양푼에 무생채 썰어 넣고 시금치나물과 고추장, 들기름을 

비벼 먹던 그리웠던 기억이 살아난다

 

그 추억은 오간 데 없고 빈 깻단처럼 

가벼워진 그리운 어머니가 생각나는 오후

 

마음 울컥해지는 가을이 깊게 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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