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는 영어로 ‘filler’인데, 문자 그대로 채워주는 (fill) 물질을 말한다. 지난번에 설명했던 보톡스는 근육을 마비시켜서 얼굴 근육이 피부 주름살을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필러는 이미 오래된 주름살이 깊이 패였을 경우 주름 바로 아래에 필러를 주사해서 주름을 펴는 것이다. 필러는 주름살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곰보 자국이나 다른 질환, 또는 부상 등으로 인해서 피부 표면이 부분적으로 함몰된 부위에 주사해서 주저앉은 부위를 돋아주는데 쓰이기도 한다.

깊이 팬 주름살에는 보톡스 주사 후 보조적으로 주름 바로 아래에 필러를 주사해서 주름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필러를 주사하게 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흡수가 되어 주사한 효과가 조금씩 감소하기 때문에 목적으로 두는 양보다 조금 더 초과해서 주사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에 체내에서 흡수가 되지 않는 물질도 개발되었으나 감염이나 기타 부작용으로 인하여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오래전에 무자격 의료행위가 횡행하던 시기에 주름을 펴거나 얼굴의 볼살이나 손등 같은 부위를 통통하게 할 수 있다면서 파라핀이나 기타 정체 불명의 물질을 주사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살이 썩기도 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제법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의학적 지식이 없는 무자격자들이 지금도 암암리에 여러 종류의 필러 주사 시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인체에 주사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인증 된 필러 일지라도 주사 부위, 적절한 주사량에 대한 의학적 개념이 부족한 비전문가에 의한 필러 시술은 돌이킬 수 없는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야기한다. 그렇기에 미용 시술은 전문가에게 시술 받아야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를 피할 수 있다.

김우경 (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당진종합병원 명예병원장)

성형외과, 수부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