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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1.05 21:09
  • 호수 1487

[의정칼럼]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밥 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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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월급루팡’이란 말이 신조어로 유행하였던 적이 있었다. 월급도둑이라 할 수 있는 이 말은 조직 내에서 빈둥대는 사람을 지칭한다. 직장에서 팀당 성과목표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팀이 평가되고 또 팀 평가가 팀원들의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월급루팡은 능력이 부족해 본인도 억울한 소위 고문관하고는 달리 자신이 편하자고 고의적으로 빈둥거린다. 그의 행동이 동료들의 인내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져 악질적이다. 동료들은 이 민폐족에게 지적하기에도, 화내기에도, 부탁하기에도 애매하다. 결국 그는 뒷담화의 대상으로 은근히 따돌임(은따)의 대상이 될 터인데 이 또한 당하는 사람이 강심장이라면 별로 나쁘지 않다. 자신에게 떨어지는 비중 있는 일이 줄어들 뿐이다. 그는 애초 조직원으로써 책임감은커녕 동료의식조차 없다. 이 월급도둑은 지원 조직이거나 중간 관리직일수록 많아지는데 결정에 대한 책임, 성과에 대한 책임을 실행 부서나 실행을 담당한 하위직에게 전가할 수 있어서이다. 회사에서는 그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얼마나 버틸 수 있나로 월급루팡을 가릴 수 있다. 매일 매일 딴짓으로 보내니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든 없든 회사 성과에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월급루팡과 비슷한 말로 ‘밥 버러지’가 있다. 

동료의원이 마을 총회에 갔다가 ‘밥 버러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마을회관 안에 이미 와 있음을 모르는 마을 전 이장이 밖에서 시의원을 지칭하였단다. 심지어 그 마을은 자기 당 지지율이 높은데 자신이 들을 줄 모르고 한 말이며 대화는 서로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충격적이였다고 했다. 

나는 당신도 시의원 되기 전에는 같은 말을 하지 않았냐니 웃는다. ‘밥 버러지, 식충, 밥 도둑은 모두 밥값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생활에 도움이 되질 않으면서 밥만 축내니 생활비만 없애는 ’빈대‘다. 결국 시의원이 임무는 등안시 하면서 딴짓만 하는 존재라고 한 셈이다. 시민들의 시의원에게 현장을 살피고 민의를 수렴하며 연구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바란다. 

그러니 선출직 공직자의 딴짓은 지역구 관리이다. 지역구 관리는 다른 말로 조직관리이고 선거운동이다. 지지도는 인지도를 따라간다. 사람을 알아야 표를 줄 것이 아닌가. 

앞에서는 혹시나 이 마을에 자잘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힘을 써주지 않을까 반기면서도 속으로는 선출직이 얼굴 도장 찍으러 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이지만 선출직은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라는 우스게 소리가 있다. 예산투입에 힘을 쓸 가능성도 없으면서 살가운척하는 불청객인 낙선자의 비참함을 토로하는 말이다. 낙선자는 주민들의 시선을 잘 알지만 그래도 얼굴을 알리려 가야하니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인사말이 ‘식사하셨어요’다. ‘안녕하세요’하는 인사는 당신의 평안을 바란다는 뜻이듯, ‘식사하셨어요’는 나는 네가 굶지 않았기를 바란다이다. 온 국민이 너나없이 끼니를 걱정하던 시기에 어울린다. 그러니 이런 인사말이 없어지는 것은 좋은 징조이다. 

대신 요즘은 ‘바쁘시죠’라는 인사가 대세이다. 연말연시에 선출직 공직자는 오라는 곳도 갈 곳도 많은데 주로 듣는 인사이다. 평소에도 이 인사를 많이 듣는데 나는 이 인사를 들을 때마다. 묘한 기분이다.

왜 ‘바쁘시죠’가 인사가 되는가? 사람들이 진정 내가 바쁘기를 바라며 내가 바쁜 상태가 평안하거나 배부른 것처럼 내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놀지 않고 일이 밀려있어 잡 생각할 결흘이 없기를 그래서 일종에 삼매경에 빠지기를 기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이루는 바가 명확하고 그 수단이 확실에서 실천하느라 여념이 없기를 바라는가? 

선출직의 바램은 오직 재선이니 선거운동이 잘되고 있음을 축원하는 것인지, 공직자의 의무와 관심은 좋은 정책으로 시민을 보살피는 것이니 연구과 조사에 바쁘기를 바라는 것인지 알 수 가없다.

인사는 자신을 위로하는 기능도 있다. 최소한 당신과 내가 같은 수준이라는 안도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는 서로 같은 말을 주고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만일 ‘바쁘시죠’했는데 ‘한가합니다’ 라고 대답했다면 내가 심심해서 당신을 만나는 것이니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엄청 바빠서 힘들어요’하면 바쁜 가운데도 짬을 내서 만나니 당신은 내게 중요하다이다. 그래서인지 행사장에 가면 ‘바쁘신 와중에도 방문해주신’이란는 관용구를 활용해서 내빈을 소개하는데 그것은 자기행사의 격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니 새해에는 ‘바쁘시죠’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밥 버러지’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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