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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1.07 21:43
  • 호수 1487

[기고] 읍성 복원과 도시 재생 (고도재 전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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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재 전 한양대 교수

고도재 전 한양대 교수
고도재 전 한양대 교수

어릴 적 군청 위 감리교회 자리가 우리 집이었다. 군청 마당을 생각하면 두 바퀴 꼬마 자전거가 생각난다. 기독 병원 아들 영수가 군청 마당 세 바퀴를 밀어 주면 태워 준다기에 그 날도 땀을 뻘뻘 흘리며 밀어 주었건만, 하필 반 바퀴 남기고는 ‘밥 먹으라’ 소리치는 누나 때문에 타지 못했다. 그 터가 당진 읍성의 남벽이고 남문이 있었을 줄이야.

지방의 많은 도시들이 역사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살리고 도시 재생을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펼치고 있다. 경제적 수준 향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삶의 질도 높아졌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광장의 주차장을 만들면서 읍성 터가 발견돼 왜소하게나마 남벽을 복원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발굴 당시 땅 속에 시커먼 흙이 많았다고 하는데, 아마도 바닷물에 잠겼던 갯벌 흙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사문화 지역에서의 도시 재생은 문화 향유 및 역사문화와 관계가 깊다. 굴뚝 산업과는 비교가 안되는 ‘격’이 있는 것이다. 많은 도시가 격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단순 이벤트성이나 문화재 관리 차원에 머물다 보니 관광이나 장소 마케팅은 저조하다. ‘역사문화=지역 자산’으로 활용해 무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도로를 뚫고 확장하면 지역이 활성화될까? 

공간 사옥의 故 김수근 건축가는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나쁘다’고 말한 바 있다. 내 건물 앞에 넓은 길이 생기면 장사가 잘 될 거라는 생각이 경우에 따라서는 틀릴 수도 있다. 옳은 말을 해도 믿지 않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야 믿는 현실이기에 자기 생각만을 강조한다. 발달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능력이 대략 4세 때부터 생긴다고 한다. 우리 집 고양이도 내 눈치를 보는데, 수십 년이 지나도 이런 고양이 같은 사람들도 있다. 

운 좋게도 재생 지역에 주민들의 염원으로 지하주차장과 광장이 생기고 역사문화터로 성벽이 복원됐으니 암만 해도 격상된 지역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읍성 복원을 확장된 문화의 장으로 발전시키자. 가장 훌륭한 자산을 역사문화라고 정의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는 것은 강요에 다름 아니요, 타인은 언제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는 스피노자의 말을 이해해야 한다.

후광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공간적으로 문화재 주변을 경관으로 묶어 문화와 관련된 환경으로 범위를 확장시키자. 일본의 경우 문화적 경관이라는 개념이 법정화됐는데, 주민헌장을 제정하고(2007년) ‘팔지 않고 빌려주지 않고 부수지 않는다’는 구호까지 제정했다.

역사문화는 지키고 보존하는 관습에서 벗어나 활용돼야 한다. 문화재 주변의 건축물 또한 현대적 기능을 담으면서 역사적 건물로 조화시킬 수 있으며, 역사문화 경관과 주변 지역을 조화롭게 통합하고 대비해야 한다.

당진읍성의 전체 복원은 어렵겠지만, 포기해서도 안된다. 광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구 군청사 일부를 도시박물관(역사관) 설립한다거나, 놀이와 축제(지역문화) 테마로 도시 개성과 정체성을 담는 그릇을 만들면 어떨까. 정기적으로 열리는 벼룩시장은 어떠랴. 어찌 하든 사람들이 모여 들어야 한다. 감동과 매력이 있는 장소에 격이 있다. 

 >> 고도재 교수는

    -    전 한양대 교수

    -    충남도중진공공건축가

    -    도시경관전문가

    -    (사)녹색사업지원단장(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교육기관) 

    -    1955년 읍내동 출생

    -    당진초등학교, 당진중학교, 당진상업고등학교(현 당진정보고), 서울과학기술대, 홍익대 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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