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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2 18:40
  • 수정 2024.01.17 16:20
  • 호수 1488

어려운 가정환경 딛고 서울대 합격한 당진고등학교 박정서 학생
“좌절하지 마세요. 해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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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과 EBS로 공부 
“성실함과 꾸준한 독서가 공부 비결”
익명의 독지가 4년간 학비 지원 약속 

“대한민국에 큰 업적을 남길 인물” 

올해 당진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정서(대덕동·20)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말이다. 교사들은 하나같이 박정서 학생에게는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아깝지 않단다. 정서 학생이 단지 서울대에 갈 정도로 공부를 잘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심성이 착하고 바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전교 1등을 3년 내내 놓치지 않던 박정서 학생은 올해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합격했다.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많지만 정서 학생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환경을 딛고 일어서 목표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후원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온 것에 대해 그는 오히려 감사할 줄 아는 고운 마음씨를 가졌다. 

최근에는 오성환 당진시장이 박정서 학생과 할머니 방정숙 씨를 당진시청으로 초청해 입학 축하선물을 전달하고 정서 학생을 격려했다. 또한 정서 학생의 소식을 접한 익명의 독지가가 4년간의 학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기적 같은 일도 벌어졌다. 

 

지역사회 도움으로 성장 

초등학교 3학년 때 조부모님을 따라 당진으로 이사온 박정서 학생은 부모님이 이혼한 뒤 할머니 · 할아버지와 살면서 당진2동행정복지센터와 당진장학재단, 한국동서발전 등 지역사회의 여러 도움을 받으며 자랐다. 다른 아이들만큼 풍족하게 많은 것을 누릴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향한 조부모의 노력과 사랑을 알기에 정서 학생은 힘들지 않았단다. 

당진초등학교로 전학온 그는 당시 집이 멀어 동네 친구가 없어 책을 친구 삼아 독서를 즐겼다. 원당중학교를 입학한 뒤에는 공부에 흥미가 없어 특별히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다. 하지만 독서를 놓지 않았던 정서 학생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찾아온다. 

당시 방과 후 수업에 합류하면서 평소 정서 학생의 독서 습관을 눈여겨봤던 교사가 졸업을 앞둔 선배를 멘토로 이어주면서 방학 동안 매일 3시간씩 수학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다른 과목까지 관심을 갖게 된 정서 학생은 중학교 2학년부터 공부에 흥미를 갖게 됐다. 

“선배에게 수학을 배우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내가 노력하는 만큼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과목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후 당진고등학교에 입학했고, 학교 기숙사에 입소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하게 된 그는 사교육 없이 오로지 학교 수업과 교과서로만 공부했다. 방학에는 EBS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마침내 목표했던 서울대에 합격했다. 

박정서 학생은 자신만의 공부 비법으로 성실한 태도와 독서 습관을 꼽았다. 그는 “사교육이 필요한 학생도 있지만 학교 수업을 잘 듣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어차피 학교 시험인데 수업을 잘 듣고 선생님이 나눠주는 자료만 열심히 공부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진고등학교 이연희 교사와 친구들
당진고등학교 이연희 교사와 친구들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

정서 학생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다. 서울대에 원서를 넣을 때만 해도 주변에선 그 성적으로 왜 국어교육과를 지원하느냐 할 정도였지만 그는 국어와 문학이 좋았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독서가 정서 학생이 진로를 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로스쿨 진학과 판사에 대한 꿈은 할머니의 바람이었단다.  

학창 시절 내내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법조나 정치에 대한 꿈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현재는 국어교사를 하고 싶다고. 

“교사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인생에 정말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교사가 되어서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라”

이제 새봄이 오면 박정서 학생은 대학 캠퍼스를 거닐 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서울대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상에서 수많은 경험을 할 생각에 설레기만 하다. 

정서 학생은 “꿈에는 나쁜 꿈, 낮은 꿈, 힘든 꿈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꿈이 있다면 그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모든 사람마다 현재 처해 있는 환경들로 인해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도 좌절하거나 원망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는 지금 작지만 너는 이미 크다’라는 어느 시의 한 소절처럼 지금 하는 일들이 하찮게 보이거나 싫을 수 있지만, 그것이 결국엔 여러분을 크고 훌륭하게 만드는 한 걸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중학교 은사 백운자 교사와 박정서 학생
중학교 은사 백운자 교사와 박정서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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