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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4.01.12 18:47
  • 수정 2024.01.15 09:58
  • 호수 1488

2023 당진 올해의 문학인 정지원 시인(신평지역아동센터장)
두 발로 걸으며 렌즈를 통해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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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사진 배우며 사진과 시 함께한‘사진시집’출간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 중…“이론 정립해 나갈 것”

 

밥상을 들여다보면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다. 오물조물 무쳐 낸 나물, 서리태 알알이 박힌 밥, 돌돌 말아 낸 노오란 계란말이. 아흔이 넘은 어머니는 여전히 나이 육십을 넘은 딸에게 밥을 차려준다. 마치 꽃과 같았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정지원 시인이 시에 담았다. 

“…밤 낮 / 텃 밭 사랑으로 키워 낸 푸성귀 / 봄이면 들판에 저절로 푸른 / 달래 냉이 머위 씀바귀 뜯어 / 사시사철 밥상 차렸다 / 꽃나이로 시집 와 / 자식들 향하는 / 칠십여년 시간들…” 정지원 시인의 <엄마의 꽃밥상> 중에서

정지원 시인의 사진시집 <엄마의 꽃밥상>이 2023 당진 올해의 문학인 선정 작품집으로 선정됐다. <엄마의 꽃밥상>은 특별하게도 사진시집으로 출판됐다. 시인이 직접 사진을 촬영하고 시까지 써서 세상에 내놓은 사진시집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시집을 통해 진심을 담은 시와 수준 높은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사진과 글 함께 담아

정 시인은 피아노학원과 어린이집을 20년 동안 운영해 왔다. 지역아동센터가 많지 않았던 때, 당진에서 이른 순서로 신평지역아동센터를 만들고 15년 동안 지켜오기도 했다. 시는 그의 마음을 늘 두드렸다. 떠오를 때마다 기록했던 글들이 시가 됐다. 그렇게 문학공간을 통해 등단을 하고 이후 세종문학으로 시조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정 시인의 또다른 취미는 등산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야생화였단다. 야생화를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 취미가 됐고,  평택, 오산, 안성을 아우르는 디팍사진작가협회 오산지회장을 역임했다. 지역아동센터장으로서, 시인으로서, 사진작가로서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삶을 살아왔고 그 결실이 <엄마의 꽃밥상>이다. <엄마의 꽃밥상> 외에도 김칫독, 가고 오는 계절아, 세월 등에 엄마가 담겨 있다. <꽃무릇>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 봄 까칠하게 / 삐칠 듯 성성하던 잎 / 모두 다 떠나보내고 / 흔적 없다 / 나도 외론 / 붉은 우산꽃 / 두 손 모아 기도하는 / 내 어머니”

이 구절에 대해 공광규 시인은 “정지원 시인은 시에 엄마나 아버지와 함께한 경험을 기억해 기록하고 보전한다”며 “영생이란 다름이 아니고 타자의 기억 속에, 타자가 기록한 문장 속에, 타자의 가슴 속에 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정지원 시인은 사진과 시로 어버이를 영생케 했다는 평이다.

직접 걸으며 눈으로 본 소재들

부모님과 함께 시에 많이 쓰인 소재가 있다. 자연이다. 정지원 시인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발로 걷고, 두 눈으로 본 소재들이 시에 담겼다. <먼 후 일>에는 “그대 없어도 / 엄마가 준 맷돌에 먹갈아 / 수목장 할 주목 바라보며 / 생가가 될 툇마루 앉아서 / 시를 써간다”는 구절로 이뤄져 있다. 이 시와 함께 기록된 사진은 덕유산의 주목이다. 

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추운 겨울 덕유산에 오르기도 했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 동상이 와 한동안 피부 껍질이 벗겨지는 일도 있었단다. 그렇게 눈 내린 덕유산에서 찍은 주목의 모습과, 주목에 대한 생각을 시로 함께 표현했다. 

정지원 시인은 앞으로도 꾸준히 시와 사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에 이어 배움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박사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정 시인은 “지난 15년 동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생활하고, 나눴던 것들을 이론으로 정립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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