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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19 18:27
  • 수정 2024.01.26 09:23
  • 호수 1489

[세상 사는 이야기] 일흔의 커피로스터 최명돈 씨 (용연동)
“커피를 알고 세상이 재밌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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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면 하성리 출신…지난 3년 전 고향 당진에 집 짓고 정착
집 앞에 마련한‘용연공방’…커피 프로그램 운영 계획

 

일흔의 최명돈 커피로스터는 하루에 딱 커피 열 잔만 팔고 싶다고 말한다. 그 이상도 바라지 않는단다. 커피를 팔고 싶은 이유는 새로운 원두를 사고 싶어서다. 늘 새로운 원두는 나오고, 그 원두를 어떻게 볶고,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커피를 탐구하는 재미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 그의 나이 60세 무렵이었다. 환갑을 넘어 갖게 된 ‘커피로스터’라는 직업이 그를 아직도 꿈꾸게 만든다. 

“서울공대 꼭 가고 싶어요” 

최명돈 씨는 정미면 하성리 출신으로, 정미초와 미호중을 졸업했다. 10살 터울이 났던 큰형이 그를 서울로 이끌었다. 

“서울에서 공고라도 다녀야 한다”는 큰형님 말을 따라 그는 한양공고 시험을 치렀다. 붙긴 붙었지만 1지망도, 2지망도 아닌 3지망이었던 자동차과였다. 입학하라는 큰형님의 권유에도 ‘서울공대’ 가겠다는 일념으로 재수에 도전했다. 

“그때 형은 한양공고에 들어가라고 했죠. 하지만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해 서울공대에 가고 싶었어요. 왜 서울공대인지도 모르겠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도와준다고 했으니 이왕이면 인문계 고등학교가 가고 싶기도 했고요.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웃기죠.”

컨설팅 및 책 집필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재수학원을 다닐 무렵, 학원 앞에 있던 신일고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일고에 입학한 그는 그렇게 3년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목표했던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는 “당시 암스트롱이 달에 가서 항공 우주가 히트를 쳤던 때”라며 “같은 반에서도 3명이나 가고 싶어 했는데, 나만 우주항공학과에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졸업 후에는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그리고 삼성그룹 비서실과 AIG그룹에서 근무했으며 1997년부터 오즈컨설팅의 대표컨설턴트로서 인사조직분야의 컨설팅을 해왔다. 또한 데일리카네기, 7H 등 리더십 및 변화관리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고 삼성전자, 금호아시아나그룹, 행정자치부 등에서 리더십, 변화 관리 등을 강의했다. 이외에도 여러 책을 남겼다. 저서로는 <성과주의의 혁신>, <공겁인> 등 3종과 역서로는 <이너게님> 등 2종이 있다. 

지인의 권유로 커피 배우기 시작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중 지인의 권유로 커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지인은 창원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로스팅 기계를 봐 달라고 제안했다. ‘믹스커피밖에 몰랐던’ 최명돈 씨는 그 길로 퇴직 후 창원을 향했다. 그렇게  6개월 간 커피 볶는 기계와 씨름하며 지냈다. 그는 “반년 동안 800번의 커피를 내렸다”고 말했다. 800번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 쓰인 원두만 대략 800kg에 달한다. 커피 볶는 일에는 정답이 없었다. 원두의 생산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생산지에서 어떻게 커피콩을 건조하느냐에 따라서도 천지차이였다. 로스터 손에 들어오면 볶는 시간과 온도에 따라서도 맛이 차이났다. 알 수 없는 해답을 찾는 것이 그에겐 낭만적인 일이었다. 

“커피를 볶고 하루 정도 둬야 맛이 나거든요. 그렇게 새벽에 해가 뜨길 기다리는 거에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요.”

 

“커피에 대한 배움은 끝이 없어요”

꼬박 6개월 동안 커피를 볶고 난 후에는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원두커피 1세대 박이추 바리스타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강릉의 테라로사 커피 세미나도 찾았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등 여러 나라로 떠나 커피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그가 당진에 오게 된 것은 3년 전 무렵이었다. 은퇴하면 ‘촌에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고향과 멀지 않은 용연동에 자리를 잡고 그가 살 집을 지었다. 

집은 멀리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민트색의 뾰족한 지붕, 그리고 지붕 위에 작은 창이 나 있다. 마당을 향한 집 전면에는 큼직한 창을 냈다. 해가 뜨면 창으로 볕이 가득 들어온다. 혼자 살기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박한 집이다.

이 집 근처에는 ‘용연공방’이라고 이름을 지은 커피공방을 문열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작한 커피공방에서는 최 씨가 직접 내리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올해는 차츰 커피 수업도 진행해 볼 계획이다.

“커피를 알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어요. 커피를 몰랐다면 무얼 하고 있을까요. 아마 책을 보고 연구하고 있겠죠. 나이가 들면 또 책을 보는 것도, 글을 쓰기도 쉽지 않아요. 차츰 인생이 지루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커피를 알게 된 지금은 매일매일 하루하루가 재밌습니다.”

■  위치 : 용연로 159

 

>> 최명돈 로스터는?

- 1953년 정미면 하성리 출신

- 정미초, 미호중, 신일고 졸업

- 서울대 우주항공과 졸업

- 고려대 경영학 석사학위 수여

- 삼성그룹 비서실, AIG그룹 재직

- 오즈컨설팅 대표컨설턴트로 활동

- 성과주의혁신, 공겁인 등 3종 저서

- 이너게임 등 2종 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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