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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4.01.19 18:30
  • 호수 1489

2023 당진 올해의 문학인 허가은 시인
마라톤과 시…“꿈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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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 지난해부터 대학원 과정
한 해에 두 권의 시 내기도“바빴지만 뿌듯했어요”

 

허가은 시인의 인생은 마라톤이다. 숨이 목까지 차오를 듯 힘든 마라톤처럼 그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마냥 평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허 시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번호판 안에 소망을 적고 목표를 향해 달렸던 것처럼, 인생에 있어 이루고 싶었던 꿈들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나갔다. 늘 말했던 ‘시집을 내고 싶다’는 꿈도 지난해 이룬 것처럼.

“3학년 때 쓴 시가 마음에 콕 박혔어요”

2023 당진 올해의 문학인 선정 작품집으로 허가은 시인의 <그길을 가고싶다>가 선정됐다. 허 시인의 2023년 그 어느 때보다도 숨 가쁘게 지나갔다. 연초 첫 시집인 <일어나>를 세상에 내고 출판 기념회를 열었고, 같은 해 연말 <그길을 가고싶다>를 출간했다. 한 해에 두 개의 시집을 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도 여기에 대학원 공부까지 겸했다. 또 본업으로는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배움을 나누고, 당진마라톤회장을 맡아 주말이면 회원들과 뛰었다. 그는 “지난 1년이 정말 바빴다”며 “그래도 두 권의 시집을 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인’ 허가은은 사실은 아주 오래전에 이미 이뤄졌다. 초등학교 3학년, 선생님이 학교 문집에 올릴 시를 내라는 말에, 창밖에 날던 나비를 보고 시를 지었다. 문집에 실리고 상까지 받은 그는 그때의 칭찬과 기분 좋았던 감정이 가슴에 콕 박혔다고 한다. 살면서 늘 허 시인의 옆에는 시집이 있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시인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단다. 허 시인은 “시집을 좋아하고, 주변에서도 시인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며 “그래서인지 ‘평생에 시집 한 권, 수필집 한 권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전했다. 

마라톤과 시

마라톤은 완주라는 목표를 두고 달린다. 허 시인도 그랬다. 글을 향한 열정으로 하나씩 이루며 살아왔다. 글을 잘 쓰고 싶었던 허 시인은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당시 당진 인근에는 문학을 전공할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았다. 그때 신성대 중어중문학과를 20대 학생들처럼 주간으로 다녔다. 아침 일찍이 당진버스터미널 안에 있는 카페 톤의 문을 열고, 바로 대학으로 향해 공부한 뒤 학업을 마치면 또 카페에서 늦은 저녁까지 일하는 생활을 수년간 반복했다. 신성대를 졸업할 때에는 중국으로 어학연수와 교환학생까지 다녀왔다고. 중어중문학과를 수료한 뒤 바로 한서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로 편입해 공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문예창작 전공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그의 삶에서 시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이다. 이룰 꿈들이 있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쉽지 않았다. 허 시인은 어느 날 2008년 춘천마라톤에 도전하게 된다. 산을 좋아했을 뿐, 그전에 달린 적도 없었는데 바로 풀코스인 42.195km를 뛰었고 완주에 성공했다. 그는 “배번 안에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소원을 적었었다”며 “그 소원을 이루고 싶은 간절함으로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허 시인은 41번의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고 총 24번을 풀코스 완주했다. 처음에 뛰었던 춘천마라톤에는 명예의전당까지 올라갔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가다 보면 조금씩 길이 보이고 저만큼 보이는 길을 가보면 다시 저만큼 길이 보이고, 보이지 않던 길도 보이지요. 지나온 길도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길은 아름다운 길이지요. 오르막 내리막 안개 속에 무치고 넘어지고 일어나, 저만큼에 목표를 두고 가보면 다시 새로운 목표는 저만큼의 길 위에서 나를 부르는 듯, 그 길을 걸어가고 있지요. 그 길은 흐르는 강물 같은 길인 것도 같기도 하지요.”<시집 ‘그길을 가고싶다’ 시인의 말 중>

“내 안의 원단을 꺼내  제단했죠”

한번 이번 시집은 총 4부에 걸쳐 70여 편에 실렸다. 그는 “내 안에 있는 원단을 잘 꺼내 제단한 것처럼 시를 지었다”고 말했다. 그의 소망은 시 한 편이라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으로 공부하고, 시를 쓴다. 첫 시집 <일어나>가 꿈을 찾아 그가 일어난 것이라면, 두 번째 시집 <그길을 가고 싶다>는 꿈을 향하는 염원이기도 하다. 

“벌거숭이 저 산처럼/ 가진 것을 잃어버린 / 고단한 시간 / 어둠을 내려놓고 워크넷을 검색하다 / 목이 긴 와인 잔에 와인을 따랐다 / 피가 쏟아진다 /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길가 / 풀잎에 맺혀 있는 물방울 속에 / 새들의 동공이 젖어 있다 / 돋아나는 싹처럼 / 툭툭 털고 일어나는 / 축축한 삶을 다독이는 / 일어나!”

시처럼 일어난 그는 계속해서 달릴 준비를 한다. 그는 “열심히 해서 계속해서 시집을 내고 싶다”며 “더 잘 시를 쓰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한수미 기자 d9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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