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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1.26 20:35
  • 호수 1490

[교육칼럼] 고형식 신평중학교 교육혁신부장 / 역사교사
다수가 패자 되는 ‘내 자식 지상주의’ 끝은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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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에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감독관으로 다녀왔습니다. 나의 작은 행동과 실수로 12년 동안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숨소리·발소리 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출근하고 며칠 후, 한 학교에서 수험생의 부정행위를 적발한 선생님을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부정행위 판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까지 찾아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를 접했고,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회 임원 선거가 있었는데 전교 부회장으로 당선된 자녀가 선거 규칙 위반으로 당선 무효 결정을 받자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놀란 가슴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자녀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되었다고 연락을 받은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일행들과 함께 수업 중인 교실을 찾아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협박과 욕설을 하며 선생님의 목을 조르고 때리는 등 상해를 입혔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교육 현장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여러 명의 선생님들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35년 동안 교단에서 희노애락을 겪어 온 저 또한 슬픔과 자괴감에 너무 괴로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겠지만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내가 소중하면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아주 기본적인 자세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실천하면서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아주 당연한 진리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솔선수범한다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원하는 즐거운 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님들도 내 자식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만큼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퇴근한 후 집에 돌아가면 어느 부모님의 소중한 아들이고 딸이며, 어느 소중한 자녀들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입니다. 이제는 ‘내 새끼 지상주의’를 버리고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배려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우리 마을은, 우리 공동체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교육하고 길러내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내 자식을 비롯해 오늘 마주친 주위의 모든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알려주고 싶고 물려주고 싶은지도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자성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장차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있습니다. 교육 중에서도 특히 인성교육은 각자가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인품을 길러주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높은 교육열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남을 밖으로 밀어내고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자 하는 높은 교육열에 지나지 않았는지 한 번쯤 고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돈을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인 황금만능주의와 물질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고 물질만 채워지면 만족한다며 물질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물질만능주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적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다 보니 인간이 갖추어야 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고, 인간을 경시하는 풍조는 사회는 물론 교육 현장의 학생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사회 속에서 알게 모르게 배워서 금력과 권력의 획득을 삶의 최고의 목표로 삼고, 금력과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앞서게 되어 공동체 정신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자는 소수이고 패자는 다수가 되는 이런 사회가 지속된다면 금력과 권력은 소수의 강자에게만 집중될 공산이 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당장 다수의 패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소수의 승자들도 함께 불행해지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만 성공하면 돼’, ‘내 자식만 잘되면 돼’라는 가치관을 계속 가지고 간다면 우리 모두는 공멸하게 되기에 부모님들은 충실한 가정교육을,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열정으로 교과목을 가르치고 인성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점수라는 숫자의 높고 낮음이 아닌 사람됨과 인격이 삶의 게임을 크게 지배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은 가정교육에 더욱 힘써야 하고, 선생님들도 인성교육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무너지는 교육을 바르게 세우는 길이며, 미래의 주역이 될 학생들을 건전하고 건강하게 길러내는 지름길이 아닌가 합니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콩 심은데 콩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우리 속담의 깊은 뜻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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