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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을 만나다]싸이퍼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장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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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해 세계 50개국 영화제에 단편애니메이션 <엔젤> 출품

장덕진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싸이퍼>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


3차원 창작애니메이션으로 세계시장 노리는 30대 벤처인
만화의 도시 부천시. 부천역 광장 왼편에 있는 ‘부천미디어벨리’에는 한국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넓은 세계시장에 심으려는 의욕적인 젊은 벤처인이 있다.
전에 로얄백화점이 있던 6층 건물 중 5층과 6층 700평을 임대해 멀티미디어 복합생산기지를 세운 (주)싸이퍼 엔터테인먼트.
이 회사의 대표이사 장덕진(32세) 씨는 호서고등학교와 국민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젊은 출향인으로 예술에 대한 안목과 어려서부터 좋아해온 기술분야에 대한 관심을 새로운 미디어기술인 디지털에 접목해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도전장을 냈다.
소위 3D(3차원)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디지털방식의 애니메이션은 만화의 한 컷 한 컷을 직접 손으로 그려 편집하던 2D애니메이션과는 차원이 다르다. 작업환경과 모든 과정에 3차원적인 작업공간을 구현하고 거기서부터 2차원 애니메이션이 줄 수 없는 특수효과를 얻는 것이다. 최근 1,2년간 꼬마들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가 바로 그런 예라 할 수 있다.
장덕진 씨의 말이다.
“애니메이션은 인간이 만든 무생물에 인격을 부여해서 생명을 집어넣는 작업입니다. 3차원 애니메이션은 보다 더 입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인격화하는 것이지요.”
지난해 부천 미디어벨리로 이전한 후 벤처기업 등록과 함께 영화산업&게임물 제작업종 신고를 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활기를 띠기 시작한 (주)싸이퍼에서는 이제 그 결실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업성을 띠지 않은 순수애니메이션 단편작 <엔젤>이 한국디지털컨텐트협회 그랑프리로 선정돼 세계애니메이션 영화제에 한국을 대표해 출품하게 된 일이다.
이 작품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작으로 최종 선발됨으로써 전세계 50여개 필름페스티발에 출품하기 위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싸이퍼’ 편집실에서 관람한 애니메이션 영화 <엔젤>은 짧지만 무척 감동적이었다. 삶과 죽음의 문제, 혹은 자유라는 인간의 주제를 이렇게 짧은 입체만화에 담아낼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운 생각이 들었다.
‘싸이퍼’는 이 영화에 앞서서도 개가를 올린 일이 있었다. 이 회사가 제작한 <큐펫>이 문화관광부로부터 2001년 3D애니메이션 우수작품으로 선정되어 문예진흥기금 7억원을 지원배정 받은 일이다.
1999년 미국 폭스사와 합작으로 제작에 들어간 자체기획물 <제5빙하기>도 제작을 진행중에 있다. 제5빙하기는 오존층의 파괴, 지구온난화 현상등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과학적 검증을 토대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지구의 미래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이다.
현재 ‘싸이퍼’는 신작 애니메이션 <해머해드(HAMMER HEAD)>에 대한 작업자금 8백만불을 받고 제작용역 1~2년이라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저희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1년에 반드시 한 작품씩 철저히 예술성을 담아낸 작품을 만들고 상업적인 작품은 철저히 상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한동안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다시 우수수 문을 닫는 현실에서 어떻게 흔들림 없이 성장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벤처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은 벤처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투자에 의존하는 구조 말입니다. 우리 동종업종만 보더라도 투자자본으로 제작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습니다. 대박을 바라고 무모한 도전을 했던 것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이 처한 상황은 더욱 어렵다. 국내시장이 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업계에서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어려움은 인력관리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정작 가장 중요한 상상력과 작업은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상근인원이 50명이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는 200명 또는 300명이 한몸처럼 유기적으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또다른 어려움은 역시 자금문제다. 훌륭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 자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자체 조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대표이사 장씨는 ‘디지털 컨텐트 제작자 협회’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좋은 작품을 제작할 때나 해외마케팅을 나갈 때 정부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그것은 자기사업체 만이 아니라 동종업자들과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한국벤처가 처해있는 위기를 장덕진씨의 ‘싸이퍼’는 기회로 만들려고 한다. 거기에는 두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매우 질 높은 창작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간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미국 일본 등 해외사의 하청을 받아 만화를 제작하는 데 그쳐왔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쪽은 말할 것도 없이 창작이다. 거기에는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장씨가 사업적으로 성공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성공사례로 남고싶은 야심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어 이 업계에 사람을 키우고 싶다는 애정 때문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사업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멀티미디어 복합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싸이퍼’가 700평의 미디어벨리를 건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애니메이션과 뮤직비디오, 영화산업, 게임그래픽과 같은 디지털 영상산업에서부터 캐릭터 비즈니스와 기획음반사업, 엔터테이너 발굴육성에 이르는 엔터테인먼트까지 ‘싸이퍼’는 그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비록 나이는 삼십초반이지만 장덕진씨에게서는 하나의 사업을 유기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표이사답게 많은 분야에 걸친 고민의 흔적이 있어 보인다. 스스로 ‘애늙은이’라고 자신을 별칭하는 장씨는 정해진 코스대로 살기보다 능동적으로 늘 생각하고 도전적으로 생활해왔다.
대학교 2학년 때 방송광고 제작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영상분야를 배우고 나우컴과 삼성디자인멤버쉽 등에서 일한 경력도 있으며 작년 8월 이전까지 한 3년간 계원예술조형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다. 이러저렇게 멀티미디어분야에서 일한 지가 어느새 10년이 지난 것이다.
장덕진씨가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가장 싫었던 것은 디자인이 다른 상품을 지원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디자인 자체를 상품화 할 수 있는 일’. 장씨가 그렇게 찾아온 것이 바로 지금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그의 모든 것을 이 일에 걸고 있다.
나이 육십 쯤에 그는 뭘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거침없이 나온다.
“아마 컴퓨터 싸들고 고향 당진에 내려가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겠죠. 장비 한 15만원어치 쌓아놓고 뿌듯해 하면서요. 아마 그때는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고 있겠죠?”
그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진짜로 하고싶은 것은 직접 창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소임이다. 20,3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난 뒤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정도’를 걸으면서, 누구한테나 찾아오는 기회가 언제 자신에게 들이닥치든 그것을 붙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결혼 5년째인 컴퓨터 디자이너 아내와 내년이면 태어날 아기 생각에 장씨는 “문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보다 더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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