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인물
  • 입력 2024.02.02 20:09
  • 호수 1491

[세상 사는 이야기] 구순 나이에 세밀한 연필스케치화 그리는 이재환 옹 (92·고대면 용두리)
“삶의 기쁨 더하는 그림…살아갈 힘이 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나무 구두주걱 만들기 등 취미활동 이어와
식물과 동물 등 복사하듯 세밀하게 그림 그려
고대면 주민소통 오아시스에서 작품 전시 중

올해 92세의 이재환 옹은 시간이 날 때면 스케치북을 꺼내든다. 손에는 연필과 색연필을 쥐고 꽃과 식물은 물론, 이름도 신기한 갖가지의 동물을 그려나간다. 연필스케치화 그리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이 옹은 낮에 시작한 취미활동이 저녁이 될 때까지 이어지는 날이 다반사다. 

이재환 어르신이 직접 만든 대나무 구두주걱. 손잡이 윗부분에는 ‘인지위덕(忍之爲德)’을 써넣었다.
이재환 어르신이 직접 만든 대나무 구두주걱. 손잡이 윗부분에는 ‘인지위덕(忍之爲德)’을 써넣었다.
이재환 어르신은 대나무 구두주걱에 새 그림을 그려넣었다.
이재환 어르신은 대나무 구두주걱에 새 그림을 그려넣었다.

대나무로 수제 구두주걱 만들어

고대면 대촌1리 출신의 이재환 옹은 6년 전부터 취미 활동으로 대나무 구두주걱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대나무 구두주걱은 용두리 집 뒤편에 있는 대나무 밭에서 직접 적당한 크기의 대나무를 베어다가 손질해 만든다. 손잡이 윗부분에는 ‘인지위덕(忍之爲德)’을 써넣었다. ‘인내를 덕으로 삼는다’는 사자성어로, 참으면 아름다운 덕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가 제작한 대나무 나무주걱은 손잡이 부분이 기존의 구두주걱과 다르게 더 길게 만들어진다. 이재환 옹은 “보통 구두주걱을 쓸 때 허리를 굽혀야 하는데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손잡이 부분을 길게 제작한다”고 말했다.

1년여 전부터는 나무주걱 아랫부분에 그림까지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길조로 여겨지는 ‘까치’ 등 새 그림을 그려넣는다고.

5년 전 연필스케치화 독학

구두주걱 속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는 각기 생김새도, 앉은 모양새도 다르다. 까치가 앉은 나뭇가지나, 뒤에 배경으로 그려 넣은 산새도 똑같은 것이 없는데 이는 모두 이 옹이 상상으로 그린 것이다. 그의 그림 솜씨는 새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과 동물 그림에도 발휘된다. 대나무 구두주걱 만들기에 이은 이 옹의 또 다른 취미인 연필스케치화도 어언 5년째에 이른다.

이 옹은 “구두주걱 만들 때 모두 수작업으로 하고 잔톱질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손가락 살이 벗겨지기도 했다”며 “조금 더 다치지 않는 취미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연필스케치화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학으로 시작한 그림은 처음에 며느리가 새 종류의 그림을 컴퓨터로 뽑아줘서 그것을 보면서 스케치를 했다. 이후 며느리가 동물도감 <진짜 진짜 재밌는 동물 그림책>을 사다 주면서 책을 보며 동물을 그렸다. 동물의 털 한 올 한 올을 세밀하게 그리고, 색연필로 색까지 더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해갔다. 이 옹은 “동물의 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림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면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고 전했다.

책에 나온 그림을 복사한 듯이 책을 보고 똑같이 따라 그리면서 식물, 동물, 사물의 형상을 익혔다. 형상을 익히자 똑같이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형태로 그릴 수 있게 됐고, 대상에 맞춰 배경도 상상해 그리는 응용 단계에 이르렀다. 

이재환 어르신이 그림 도안으로 사용하는 동물도감 책
이재환 어르신이 그림 도안으로 사용하는 동물도감 책

“그림 그리다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푹 빠지면서 시간이 날 때면 이 옹은 스케치북을 꺼내든다. 집에서도, 노인회 사무실에 나와서도 연필스케치화를 그린다. 집에서는 꽃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는 “시간만 있으면 그림을 그린다”며 “밝을 때 시작했는데 어느새 해가 져서 어두컴컴한 밤이 될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림에 푹 빠지다 보니 이 옹은 거리를 걸을 때 나무 하나, 꽃 한 송이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단다. 그는 “동물에 맞춰서 배경을 상상해서 그리기도 하니까 실제 나무와 꽃 등을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면서 “길을 걷다가 이상한 형태의 나무를 보면 그냥 못 지나간다”고 말했다. 

“나라고 왜 고통이 없었겠습니까.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혼자 된지 25년이 됐죠. 혼자 살면서 적적할 때도 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그러한 감정들을 잊게 돼요. 사람은 무엇이든지 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앞으로도 내 힘에 맞는 취미를 찾아 활동할 수 있길 바라요. 또한 내 기력이 있는 한 봉사하며 살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한편 전종훈 고대마을교육자치회장이 이 옹의 그림을 보고, 주민소통 오아시스에서 이 옹의 그림을 상시 전시하도록 도왔다. 전 회장은 “지역 어르신들이 높은 자존감을 갖고 삶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을교육공동체에서는 어르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해오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어르신의 솜씨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드는 한편, 또 다른 어르신의 재능을 찾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