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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2.02 20:05
  • 호수 1491

[시론] 심규상 오마이뉴스 대전충남본부장
중대재해처벌법 아직도 준비가 안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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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몇 명이나 될까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매년 600~800여 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아직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집계된 자료만으로도 500명대로 추정됩니다.

예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악의 산재 국가입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산재 사망률은 23년 동안 21년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나마 2005년 이후부터 좀 나아져서 3위권입니다.

산재 사망률은 인구 만 명당, 몇 명이 발생하는지를 기준으로 측정합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사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은 0.43입니다. OECD 평균은 0.29의 2배 가까이 됩니다. 노동계는 ‘산재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강화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태안화력의 하청노동자 김용균 씨가 세상을 떠난 지 꼭 5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김용균 씨 사건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태안화력의 원청 대표이사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60대 하청노동자가 1.2t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졌습니다. 이 회사 대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습니다. 법원은 법 최저형량인 징역 1년 선고에 그쳤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됐지만 형량을 보면 법 적용 여부를 의심하게 합니다.

그나마 노동계는 올해 1월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 법은 2021년 제정됐지만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에 대해서는 올해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한국의 전체 산재의 대부분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말 기업주의 준비가 부족하다며 법 확대 적용을 2년간 다시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미뤄지는 줄 알았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더불어민주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하고 정부와 여당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종합적인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2026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기보다 ‘준비가 부족했다’며 달성 목표연도를 유예하기에 급급할 따름입니다.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일터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애원해야 할까요? 소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안전 설비가 미비해도 괜찮고, 일하다 죽어도 사업주가 어려우니 봐줘야 한다는 발상을 언제까지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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