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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6 19:17
  • 수정 2024.02.16 20:19
  • 호수 1493

“가정폭력,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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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 무시 · 모욕 · 경제적 위협 모두 가정폭력에 해당    
코로나19 및 명절 겪으며 가정 내 갈등으로 폭력 증가

“가정의 문제로 여길 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봐야”
폭력적인 상황 지켜보는 것 아동학대…상담소 도움 필요

튀르키예 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Vahit Tuna가 여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작품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남편에게 살해당한 440명의 여성을 기억하며 건물 외벽에 440켤레의 하이힐을 걸었다. 작가는 하이힐을 통해 여성의 힘과 독립의 상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2019년 이스탄불에 위치한 한 건물에 6개월 동안 전시됐다. (※JTBC 뉴스 영상 캡쳐)
튀르키예 예술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Vahit Tuna가 여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이기 위해 만든 작품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남편에게 살해당한 440명의 여성을 기억하며 건물 외벽에 440켤레의 하이힐을 걸었다. 작가는 하이힐을 통해 여성의 힘과 독립의 상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2019년 이스탄불에 위치한 한 건물에 6개월 동안 전시됐다. (※JTBC 뉴스 영상 캡쳐)

‘딩동’ 조용했던 상담소 벨이 울렸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40대 A씨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잔뜩 위축된 상태로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술만 마시면 문제가 생겨요. 술을 마시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부수고 저를 때려요. 밀쳐서 넘어진 저를 계속 폭행한 적도 있고 목을 조른 적도 있어요.”

A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힘겹게 입 밖으로 내뱉으며 굵은 눈물방울을 왈칵 쏟았다.

“심지어 술을 마시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저를 때리고 위협한 적도 있어요.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그나마 괜찮아요. 그러다 또 술을 마시면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이 반복돼요.”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A씨의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며 남편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술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보자고 하면 ‘사회생활 하면서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것이냐’면서 개선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클 때까지는 참고 살려고 했으나 이제는 도저히 같이 못살 것 같아요. 남편이 술을 마시기만 하면 심장이 뛰고 불안해서 발소리만 들려도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다양한 유형의 가정폭력 

이는 당진시폭력예방상담소에 접수된 실제 사례를 일부 각색한 이야기다. A씨의 사례를 보듯 가정폭력은 가정의 뿌리부터 썩게 만들어 결국 파괴하는 행위다. 가정폭력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신체적 폭력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해 상해를 입히는 신체적 폭력 뿐만 아니라 폭언·무시·모욕과 같은 언어폭력을 통한 정서적인 학대도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또한 생활비 등을 주지 않는 경제적인 위협과 성적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하는 성적인 폭력, 무관심 또는 냉담하게 대하거나 위험 상황에서도 방치하는 방임도 모두 가정폭력이다. 

당진시폭력예방상담소 강정아 소장은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아도 물건을 던지는 행위, 어깨나 목을 움켜잡는 것도 신체적인 폭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정폭력은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함께 나타나는 양상이 많다고. 

 

부부 간의 가정폭력 

서로 사랑을 해서 결혼했지만 많은 가정이 성격, 생활습관, 음주 등의 이유로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가정폭력은 일반적인 부부싸움과는 다르다. 강 소장은 “대등한 위치에서 다투는 행위는 가정폭력이라 주장하기 애매할 수 있지만, 서로의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당하는 일방적 폭력행위는 유형과 상관없이 가정폭력이 맞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아무 데도 나가지마!”, “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몇 년간 수도 없이 일방적으로 듣고 살았을 때, 이 사례는 가정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신체적 폭력이 없을 뿐 정서적인 폭력과 자유를 박탈한 억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비를 주지 않거나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는 행위, 대출을 몰래 받는 행위 또한 경제적 가정폭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상 이것을 가정폭력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강정아 소장은 “정서적인 폭력이나 방임 등을 겪으면서 ‘이 정도는 가정폭력이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금 겪는 상황이 너무 힘들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든 상담소로 찾아와달라”고 당부했다. 

 

명절 전후 가정폭력 늘어

흩어져있던 가족이 한데 모여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가족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해 명절 전후 이혼이 증가한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명절에 배우자 중 한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나 고부갈등 또는 장서갈등 등이 부부 간의 문제로 번지기 때문이다. 또한 긴 연휴 동안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다툼이 많아지는 것도 요인 중에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에 있는 시간이 길었던 시기에 세계적으로도 가정폭력이 증가했던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강정아 소장은 “가정폭력은 갑자기 한 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되는 경향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가족 구성원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명절 연휴나 휴가 때 비교적 증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늘었다고 발표가 나올 당시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늘지는 않았다”면서 “우리나라도 가정폭력이 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가정 안에서 자유를 억압받아 오히려 신고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정폭력의 최대 피해자는 자녀

상담 사례 중 가끔 가정폭력 피해자의 자녀가 성인이 되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어릴 적 아버지나 어머니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 트라우마로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강 소장은 “가정폭력의 최대 피해자는 아무래도 자녀”라며 “때로는 부부 간의 가정폭력이 아동학대로 이어지거나 대물림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이 이뤄지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는 행위 자체가 아동학대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부모의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자녀도 상담소에 오면 언제든 지원받을 수 있으니 꼭 찾아왔으면 좋겠다”강조했다. 

 

“데이트폭력 · 이혼 후 폭력 · 노인학대 · 아동학대 모두 가정폭력에 해당”      

보통 가정폭력 하면 부부 간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정폭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다. 연인 간의 데이트폭력, 이혼 후 폭력, 가정에서 이뤄지는 노인학대, 아동학대, 정신장애를 가진 가족으로부터의 폭력, 친족 간의 폭력 등 모두 가정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가까운 지역의 폭력예방상담소나 관계기관, 경찰서 등으로 신고를 하거나 상담을 신청하면 누구든지 지원받을 수 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 살해

‘한국여성의전화’는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에서 벌어진 여성 살해사건을 분석한 결과 2022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86명이고,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225명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61명에 달했다. 

이에 따르면 최소 1.17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인 것으로,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타까운 것은 피해여성의 주변인 중 가장 많은 피해자가 자녀인 점이다. 자녀는 항상 피해자와 거주하거나 함께 다니기에 위험에 같이 노출되기 쉽다. 

주요 범행 동기는 결별을 요구하거나 만남을 거부해서다. 주요 범행 장소는 가장 안전해야 할 거주지가 가장 많았으며, 데이트 폭력에 경우 스토킹 피해도 함께 있었다.

지난 2022년 이전 14년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241명이며, 살인미수와 주변인의 피해를 포함하면 320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정폭력? 이제는 사회폭력!”

가정폭력이 이토록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심각한 가정폭력을 저질러도 ‘가정보호’라는 이름으로 처벌시 전과가 남지 않고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은 형편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안전과 지원에 대한 제도도 예전에 비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당진시폭력예방상담소 강정아 소장은 “당진시에서는 지난해 여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지원 조례 제정됐다”며 “여전히 피해자를 위한 주거 정책이나 안전에 대한 제도가 부족하지만 사회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어“학교에서도 성교육과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듯 가정폭력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가정폭력을 이제 가정의 일로 치부하는 시선을 거두고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내가 언제든 뛰어나갈 수 있도록 신분증 등이 든 가방을 챙겨두시고 탈출로를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주저하지 말고 112나 상담소로 신고하거나 찾아오셔서 도움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피해자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  당진시폭력예방상담소는…

당진시폭력예방상담소는 가정폭력 · 성폭력 · 성착취 등 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상담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민을 나눌 수 있습니다. 

 

▪ 카카오톡 채널: ‘당진시폭력예방상담소’ 검색 

▪ 운영시간: 평일 9시~18시 

▪ 상담내용: 가정폭력 · 성폭력 · 성착취 피해 상담 및 의료지원, 법률지원, 사회적 지원 

▪ 전화: 041-353-8577~81 

▪ 주소: 당진시 당진시장동길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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