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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4.02.16 19:28
  • 호수 1493

[기고] 이승자 은빛어린이집 원장 (합덕읍 운산리)
We are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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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이방인이라는 표현을 동일시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지구촌이라는 말이 생겨나고 ‘We are the world’이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되면서 우리의 의식도 점점 변해왔습니다.

길을 걷다 외국인 한 명 만나기도 흔치 않던 시절엔 신기한 경험을 나누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만나기 어렵던 외국인이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사는 마을과 시장 그리고 거리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웃이 된 지 오래입니다.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안부를 묻고 인사 나누는 이웃 말입니다.

외국인이 우리와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고 태어난 국가가 같지 않다는 이유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걸림돌이나 편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조금 불편함은 있을 수 있기에 서로 노력하고 상생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언어의 불통은 우리의 표정과 몸짓을 더욱 풍부하게 해줍니다. 그들의 언어로 먼저 인사하는 것도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작은 방법이 되곤 합니다. 우리도 외국인이 서툰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주면 그렇게 반갑고 고맙기까지 한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네 산업현장은 물론 농업인력의 많은 부분에 종사하는 소중한 자원이기도 하고 고마운 존재임은 확실합니다. 그 고마움을 다른 이유로 저해하거나 폄훼하는 건 우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역사적인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의 사정과 이유로 한국에 정착해 사는 고려인이나 조선족이나 외국인, 다문화가정이 모두 다 함께 둥글게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합니다. 우리의 생각과 태도가 조금은 바뀌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녀를 낳아 훌륭하게 키워내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 또한 우리와 다를 게 없습니다. 

제가 합덕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 지 28년째입니다. 지난해부터 알음알음 외국인 자녀가 입소해 다니고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지만 우리네 부모님들처럼 좋은 시설에서 잘 키워보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걸 느낍니다.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 주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모습은 저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움직이게 합니다. 

저희 어린이집에서는 매년 아이들과 저금통을 만들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합니다. 저금통에 담긴 액수가 마음의 크기는 아니겠지만 그분들이 전한 그 정성에 큰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누고 베풀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그들을 보면 삶의 무게도 느껴지지만 정신적, 문화적인 여유는 훨씬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한편 인근에 있는 다른 시·도에서는 외국인 자녀에 대한 보육료 지원 제도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진시는 아직도 보육료가 지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정책을 잘 모르는 평범한 시민이지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이 사회가 조금씩 거들어주면 얼마나 수월하고 편안할까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분들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잘 보살펴 주는 일이기에 어설픈 발음으로 ‘빠까빠까~ 루불루~’하고 인사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예의 바르고 잘 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더 확대되어 온전한 일원으로 살아갈 날이 더 가까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같이’를 가치롭게 하는 것은 바로 나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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