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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3 20:47
  • 호수 1494

[세상 사는 이야기] 당진 출신 최장일 당진소방서장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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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화재 신고 경험 소방관으로 이끌어
“동료 소방관의 죽음 지워지지 않는 아픔”
“작은 일에도 안전 생활화해야 사고 예방”

최장일 당진소방서장
최장일 당진소방서장

지난해 7월 제13대 당진소방서장으로 부임한 최장일 서장은 면천면 송학리 출신이다. 1988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당진에서 근무하다 30여 년 만에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다. 고향인데다 소방 일을 처음 시작한 곳이기에 당진에서의 근무는 그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최장일 서장은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이 품고 있는 가치는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온다)’”이라며. 이 사명감을 갖고 최 서장을 비롯한 당진 소방관 320명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뛰고 있다. 

36년 소방관의 길 

최장일 당진소방서장이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 과정에는 몇 가지 작은 불씨들이 있었다.

그가 초등학생이었던 3월의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산불을 목격한 그는 곧바로 소방지서로 달려가 불이 났다며 신고를 했고, 학생들이 모두 동원돼 불을 껐다. 최 서장은 “도로 옆 산에서 불이 났는데, 추우면 사람들이 모여서 불을 피우던 곳이었다”며 “아마 그때 잔불이 남아서 불이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를 하는데 지서장이 내 신고 덕에 불을 끌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많은 학생들 앞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일이 있었다고. 그 후 의경으로 군생활을 할 때 근무지 옆이 소방서였고 소방관들을 보면서 그도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단다.

그가 처음으로 임용됐을 때만 해도 지금보다 더 소방 환경이나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 최 서장은 “진압복이 없어서 얇은 군복 같은 것 하나 입고 일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에는 군청 민방위과라고 해서 이곳에서 근무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지금의 읍·면장이나 실국장들과도 안면이 있어서 소방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1999년 7월에는 충남도청 소방본부로 발령받았다. 본부에서 약 17년간 근무를 했는데 주로 인력 확충이나 장비 확충 등을 설계하고 조직 관리를 하는 중요 부서에서 일해왔다. 

최장일 당진소방서장과 당진소방서 소방관들 (사진=당진소방서 제공)
최장일 당진소방서장과 당진소방서 소방관들 (사진=당진소방서 제공)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

화재·구조구급 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그를 보람있게 만든다. 특히 보령소방서 119구조대장을 맡았을 때 사람을 구한 기억은 특별하게 남아있다. 3층 건물에 화재가 나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는데, 불길이 2층까지 번졌고 연기는 3층에까지 올라갔다. 최 서장은 “가구점에서 불이 났던 터라 목재가 많아 불길도 거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현장에 도착하면 소방관들은 건물 관계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건물 안에 사람이 있는지, 위험요소는 없는지 등 정보를 수집한다. 최 서장은 “영화에서는 재난 현장을 다 보여주지만 실제 현장은 화염과 열기, 매캐한 연기 등으로 인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소방관들은 힘든 조건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현장 상황을 살폈다. 주인에게 건물에 더 사람이 있는지 물었는데 ‘아들이 하나 있는데 공부하러 갔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상황을 고려해 소방관들은 현장을 점검한다. 최 서장은 3층도 한번 확인해보자면서 3층 화장실 문을 열었고, 화장실에 그 주인 아들이 있었다. 최 서장은 “그때 학생이 이불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변기에 얼굴을 묻은 채 있었다”면서 “의식을 좀 잃었는데 심폐소생술을 해 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 학생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 약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면서 “이후 학생의 어머니가 우리를 붙들고 ‘고맙다’면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트라우마 겪는 소방관들 많아

위험한 현장에서 사람을 살리는 소방관은 정작 자신의 몸은 챙기기 어렵다. 참혹한 사고 현장을 수시로 겪으면서 몸과 마음에는 여러 상처가 남는다. 당진소방서도 전체 직원 중 30%정도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고.

그중 동료를 잃은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다. 최 서장이 충남도본부 구조구급과장으로 근무할 때(2022년) 울진·강릉·삼척·동해 산불 등 대형화재가 일어났다. 당시 그는 구조구급과장으로서 충남 인력을 편성해 책임자로 강릉·울진 화재 현장으로 떠났고, 부하 직원이 사무실에 남아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 등을 산불 현장으로 배치하거나 지원하는 업무를 했다. 토요일 밤 울진에서 오면서 그 직원과 전화통화를 하고, 다음날 대전에서 인력을 인솔해 가려는데 연락을 받았다. 그 직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직원과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했던 사람이 나였어요. ‘근무하느라 고생이 많다. 일요일 근무는 누가 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직원은 ‘몸이 피곤하지만 사람이 없다면서 제가 근무한다’고 말했어요. 그게 그 친구와 마지막 통화였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후 그는 해당 직원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업무를 지원했다. 최 서장은 “처음에는 근무 현장에서 사망한 게 아니어서 순직 인정이 안 된다고 했지만 과중한 지원 업무로 인해 피로가 누적돼 과로사했다는 것에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면서 순직을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 서장에 따르면 인구 17만 명의 당진은 비슷한 인구 수를 가진 서산보다 사건사고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 그는 “하루에 화재로 인한 출동건수가 3.63건, 구조는 8.6건, 구급 40.6건, 생활안전 12건 등 하루에 직원들은 65건의 출동을 한다”면서 “관광지 등으로 유동인구도 많고 농촌과 함께 산업단지·공업단지가 발달한 도농복합도시 특성으로 사건·사고들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재난들이 벌어진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작은 일이라도 안전을 실천하고 생활화하는 것이다. 최 서장은 “의외로 화재 사고는 주로 부주의로 인해서 벌어진다”면서 “가스밸브 잠그기, 소화기 점검 등 사소한 부분에서 사고가 크게 생겨날 수도,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의하고 당진시민들께서는 안전수칙 준수를 생활화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최장일 소방서장은

- 1963년 면천면 송학리 출생

- 면천초, 면천중 졸업

- 1988년 12월 14일 최초 임용

- 1997년 9월 보령소방서 119구조대장

- 2008년 12월 부여소방서 방호구조과장

- 2012년 4월 충청소방학교 교육기획과장

- 2015년 7월 소방본부 화재대책과 화재대책팀장

- 2019년 1월 서천소방서장

- 2020년 7월 계룡소방서장

- 2021년 7월 소방본부 구조구급과장, 소방본부 소방행정과장

- 2023년 7월~ 당진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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