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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9 19:51
  • 수정 2024.03.01 21:21
  • 호수 1495

[세상 사는 이야기] 자동차 만들던 그가 소 키우는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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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와 벌 키우는 축산인 윤방현 씨
합덕읍 도곡리 출신…3년 전 고향 돌아와 소 키워
벌통 3개로 시작해 현재 60여 통으로 규모 늘어
“소외받는 농축산업…지원 정책 필요”

축산인이자 양봉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방현 씨
축산인이자 양봉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방현 씨

3년 전 고향인 합덕읍 도곡리로 돌아온 윤방현(45) 씨의 하루는 바쁘다. 부모님을 이어 소를 키우고 있는 그는 아침·저녁으로 소 밥을 챙겨주고, 소에게 먹일 조사료 농사를 지으며, 얼마간의 논과 밭에는 가족들이 먹을 농작물도 키운다. 더불어 2년 전부터는 벌도 키우기 시작해 벌통도 관리해야 한다. 한우와 벌,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늘도 그는 쉴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기계공학도, 축산인 되다

윤방현 씨는 합덕읍 도곡리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시절까지 합덕읍에서 자랐다. 합도초·합덕중·합덕농고(현 합덕제철고)를 졸업하고 천안에서 대학교를 다녔다. 합덕농고 재학 시절 기계를 전공한 그는 대학에서도 전공을 이어갔다.

그 후 전공을 살려서 대학 졸업 후 천안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 협력업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해외 출장도 많았다. 회사가 중국에 공장 3개를 문 열면서 그는 중국을 오가며 해외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아 진행했다. 결혼을 위해 국내로 돌아온 뒤에는 팀장으로 자동차 전류센서 생산기술 업무를 담당키도 했다고. 20대 초반에 회사에 입사해 그렇게 20년 가까이 일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돌연 고향으로 돌아온 윤 씨는 “당시 회사 장기 근속자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는데 오랫동안 일하면서 번아웃을 느꼈다”며 “아버지 건강도 안 좋아졌고 당시에 한우 산업에 대해 수익성이 좋을 때라 비전이 있을 것같아 부모님 일을 잇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방현 씨가 키우는 소들. 3년 전 아버지에게 23마리를 물려 받아 현재는 50마리 내외로 소를 키우고 있다.
윤방현 씨가 키우는 소들. 3년 전 아버지에게 23마리를 물려 받아 현재는 50마리 내외로 소를 키우고 있다.
윤방현 씨가 운영하는 축사 모습. 3년 전 아버지에게 23마리를 물려 받아 현재는 50마리 내외로 소를 키우고 있다.
윤방현 씨가 운영하는 축사 모습. 3년 전 아버지에게 23마리를 물려 받아 현재는 50마리 내외로 소를 키우고 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소 23마리

시골에 내려온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송아지 포함 소 23마리를 물려받았다. 어려서부터 그는 종종 낙농업을 하던 부모님을 일을 도왔기에 축산업을 시작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족 모두 그의 축산업 시작을 응원했다고.

윤 씨가 본가로 내려온 뒤부터 소 및 축사 관리는 그가 모두 맡아 했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것이었고, 노력 끝에 현재 송아지 포함 50마리 내외로 두수를 늘렸다. 

윤 씨는 송아지를 낳아 경매장에 팔아 수익을 버는 번식우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사육 두수는 늘렸지만 내가 축산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시장 상황이 안 좋아졌다”면서 “소 값도 하락해 수익성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축산업을 시작하면서 몇 년간은 수입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은 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어려움을 겪으니 ‘솔직히 내가 왜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도 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윤 씨는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경영비·생산비 절감을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수의사를 부르지 않고도 웬만큼은 그가 직접 질병 치료를 하게 됐고, 인공수정을 공부해 지난해부터는 자가수정도 하고 있다. 소에게 먹일 조사료 농사도 시작했다.  

윤방현 씨의 양봉장. 벌통 3통으로 시작한 게 어느새 30통으로 늘어났다.
윤방현 씨의 양봉장. 벌통 3통으로 시작한 게 어느새 60여 통으로 늘어났다.

“양봉,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자”

재작년에는 새롭게 양봉에도 뛰어들었다. 벌통 2통을 사고, 멘토로부터 1통을 지원받아 총 3통으로 벌을 키웠다. 각종 자료와 유튜브를 찾아보고 멘토링 프로그램, 교육 등을 받으며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해 벌 30통으로 양봉업을 등록하고 현재는 60여 통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아카시아 꿀을 채취해 직거래 판매했는데 완판을 기록했다고. 올해에도 양봉을 이어간다. 벌통도 더 늘릴 계획이며, 오는 5월 중순부터는 아카시아 꿀을 채취할 예정이다. 

양봉을 시작하면서 그는 양봉산업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느꼈단다. 그는 “현재 양봉업도 종사자가 고령화된 상황으로, 젊은이가 나를 비롯해 2명 정도 밖에 없다”면서 “젊음을 발판 삼아 내가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아침, 저녁으로 소 먹이를 주면 그 사이에 비는 시간 동안 벌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무엇보다 소는 3년을 투자해야 수익이 나오지만 벌은 투자한 그해에도 결실을 맺을 수 있어 좋다고.

더불어 윤 씨는 스틱꿀에서 가능성을 봤다. 그는 “양봉인 중에서도 스틱꿀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스틱꿀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보통 꿀을 병에 담아 보관·유통하는데, 현대인들에게 이는 꿀의 섭취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스틱 포장지에 담은 스틱꿀은 어디서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위생과 편의성도 좋아 하루빨리 상품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방현 씨가 생산한 꿀 제품
윤방현 씨가 생산한 꿀 제품
꿀을 스틱형 포장지에 담아 포장했다. 스틱꿀은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보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꿀을 스틱형 포장지에 담아 포장했다. 스틱꿀은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보다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

“체계화된 농업 자료 구축 필요해”

40대 초반의 나이로 귀농하면서 몸소 겪은 1차 산업의 현장은 예상과 치 못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윤 씨는 “40살 이전의 청년농에게는 정부 지원이 많지만 40살 이후의 축산인·양봉인에게는 지원제도나 정책이 많지 않다”면서 “또한 정부 지원이 대농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산업 종사자가 고령화됐는데,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지원 대상의 나이 기준을 넓히거나 지원책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농업 현장에서 수치화 되는 자료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씨는 “산업 현장과 달리 농업 현장에서는 영농기술 등이 계량화되고 수치화돼 있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봉을 산골에 하는지, 들판에서 하는지 등에 따라 영농기술도 달라지는데 교육은 대략적인 큰 틀에서 알려줄 뿐 세세하지 않아 바로 현장에 접목하기가 힘들다”면서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내가 실제로 농사를 해봐야 노하우가 생기고 영농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환으로 그는 당진양봉연구회에서  체계화된 자료 구축을 위해 재능기부도 해왔다. 지난 겨울 동안 당진양봉연구회가 구입한 스틱기 사용·관리를 도왔고, 스틱기 사용에 대한 가공비를 책정하고, 업체에는 기계를 이용하면서 개선점을 피드백하기도 했다고.

한편 올해 그의 목표는 그의 사업을 흑자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면서 “내 노력만으로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올해에는 흑자로 전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윤방현 씨는

-    1979년 합덕읍 도곡리 출생

-    합도초, 합덕중, 합덕농공고(현 합덕제철고, 기계 전공) 졸업

-    현대차·기아 협력업체에서 약 20년 근무

-    2021년 고향으로 귀향해 한우업 종사

-    2022년 양봉 시작

-    2023년 제18기 당진농업기술대학 입학, 2024년 졸업(농업마케팅 과정 충남도지사 공로상 수상)

-    현재 당진양봉연구회 재무

-    현재 (사)전국한우협회 당진시지부 지역이사(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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