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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4.03.08 20:17
  • 수정 2024.03.09 12:22
  • 호수 1496

송악읍 고대리 다세대주택 화재 관련
조현병 환자가 방화 저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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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경찰서 “조현병 환자 방화 혐의로 체포” 보도자료 배포
건물주 “정신이상자 아니다”…경찰 “피해망상이라고 들었다”
인권단체 “명확치 않은 병력 범죄와 연결…심각한 인권침해”

송악읍 고대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현장 (사진제공: 당진경찰서)
송악읍 고대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현장 (사진제공: 당진경찰서)

당진경찰서(서장 김영대)가 지난달 27일 송악읍 고대리 다세대주택(원룸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조현병 환자를 방화 혐의로 체포했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가운데,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피의자의 조현병 병력과 화재 사건을 연결 지어 보도해 피의자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 “조현병 환자 방화 혐의로 체포” 

당진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낸 보도자료에서 “현주건조물 방화(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현존하는 건물·차량·기차·배 등에 불을 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평소 조현병을 앓던 A씨는 지난달 27일 밤 11시 45분경 송악읍 고대리 소재 다세대주택 베란다에 옷가지 등을 쌓아두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한 혐의”라고 명시했다.

이어 “현장에는 경찰관 9명(순찰차 2대)과 소방관 39명(소방차 13대)이 출동했으나, 현장은 이미 베란다가 불에 타 자욱한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웠으며, A씨가 집기류 등을 던지며 저항해 소방이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찰은 소방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체포가 우선이라 판단해 연기를 뚫고 4층 계단을 올라가 격렬하게 저항하는 피의자를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 후 검거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건 발생 현장은 다세대주택으로 다수의 세대가 거주하고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져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현장을 목격한 이웃 주민 김모 씨의 발언을 인용하며 “불이 더 크게 번질까 걱정하면서도 연기가 워낙 심해 발을 동동 구르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물불을 가리지 않고 A씨를 제압해 준 경찰과 화재 진화에 애써 준 소방에 감사하다”는 경찰과 소방의 노고를 치켜세웠다. 

 

건물주 “정신이상자 아니다”

그러나 기자가 해당 보도자료 내용을 토대로 사건 현장을 방문해 취재한 결과 경찰의 배포한 자료와 사뭇 점들이 발견됐다. A씨가 불을 낸 곳은 타인의 집이 아닌 자신이 거주하던 집의 베란다여서 고의적으로 낸 방화인 것인지, 실수로 발생한 화재 사건이었는지 수사 단계이지만 경찰은 방화 혐의로 규정하고 보도자료상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타인의 집에 고의적으로 불을 낸 것처럼 사실상 규정하고 있다. 특히 A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던 병력 또한 확실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가 발생한 다세대주택 건물주 서모 씨에 따르면 “A씨는 1년 전쯤 세입자로 만났으며 정신이상자는 절대 아니다”라며 “이웃과 다툼이 있었거나 이번처럼 불을 질렀던 적도 없었는데 이번에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방세가 밀려 있었고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던 사람이라, 만일 경찰에 세입자가 소환될 경우 그 틈에 불이 난 집을 고치려 했다”면서 “그런데 경찰에서 소환도 안 하는 것 같고, 내가 경찰에 전화해도 받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말만 듣고 조현병 환자로 규정? 

이에 대해 당진경찰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자신의 집에 불을 냈다’는 내용이 보도자료에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담당과와 논의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답한 뒤 수차례 통화했지만 어떠한 연락도 없는 상태다. 

또한 조현병이 맞는지, 조현병을 보도자료에 언급한 근거에 대해서는 당진경찰서 경무계 B경위는 “조현병이 확실하지는 않다. 정신과 진료 기록은 없는데, 정신감정 의뢰를 신청한 상태”라며 “출동했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정신이상자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답했다.  

또한 C경무계장은 “수사 중이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주변사람들로부터 평소에 피해망상 증상이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보도자료 배포에)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찰의 보도자료 배포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전충남인권연대 이상재 사무국장은 “불을 지른 것에 대해서는 응당 처벌받아야 하지만, 불이 난 것과 조현병을 입증할 자료 없는 상황에서 조현병이 화재의 이유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조현병과 같은 개인의 정신병력은 중요한 개인정보로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는데, 명확한 근거 없이 피의자를 조현병 환자로 규정하고 화재 사건과 연결지은 것은 피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지혜 · 임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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