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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4.03.09 12:25
  • 수정 2024.03.13 09:17
  • 호수 1496

[예술인을 만나다] 배효남 작가, 침묵 끝에 터트린 희망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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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아닌 회화 작품으로 첫 개인전 개최
존재에 대한 고민부터 희망까지 그림으로 풀어내

배효남 작가
배효남 작가

 

배효남 작가는 그동안 조각으로 자신의 세상을 표현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도전에 나섰다. 조각이 아닌 그림이다. 제11회 초대 개인전 <마음의 풍경>이 갤러리 늘꿈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질 예정으로, 그림을 통해 작가의 심연에 내재된 상처, 그리고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희망을 만날 수 있다. 

사라지는 기억의 향기

이번 전시회는 ‘심경’(心境)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색채로 시각적 표현해 그의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전시다. 배 작가는 “조형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채의 매력을 스스로 느끼며, 학생 시절에 수채화를 그리던 감성으로 환갑이 다 되어 붓을 들어본다”고 작가의 말을 통해 전했다. 

전시회장에 들어가자마자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기억의 향기>다. 붉은색을 배경으로 그려진 푸른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언뜻 보면 소나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것이 보인다. 한 발 더 멀리 떨어져 보면 사람의 옆태가 드러난다. 바람에 날리는 잎들은 휘발되는 기억을 뜻한다. 그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라지는 기억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깃털이 주는 ‘나’라는 존재

<기억의 향기>를 시작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연필과 목탄으로 그린 깃털을 볼 수 있다. 배 작가는 지난 20여 년 동안 깃털과 스테인레스 구, 쌓인 천을 조각으로 작업해 왔다. 그에게 있어 깃털은 자신의 존재를, 스테인레스 구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그리고 쌓인 천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미래, 운명 그리고 신의 영역을 뜻한다. 

하지만 깃털의 가벼움을 조각으로 드러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는 “조각은 작품 자체가 공간을 점유하고, 놓임으로써 공간을 흡수하는 반면 그림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평면을 만들어 간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 깃털을 그림과 조각 두 가지를 전시함으로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으로 위안 받고 힐링 얻어”

조각은 배 작가의 많은 것을 앗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컸기에 포기할 수 없었고, 그만큼 더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는 “쌓아놓고 사는 사람이 아니기에 조각을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어렵게 작품을 만들어도 밥벌이가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한동안 우울증 으로 허우적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때 위로를 건네준 것이 역시 예술, 그림이었다. 회화는 조각과 달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었다.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회화 작업을 통해 그는 위로를 받았다. 그는 “4개월 동안은 잠도 4시간, 하루에 밥 한 끼 먹으면서 그림에만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깨서 전날 물감이 잘 말랐는지 확인하러 가는 그때가 기다려졌고, 라디오를 들으며 커피 마시며 작업하던 때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 마음이 <심경(그해 겨울)> 시리즈에 담겼다. 그는 “작품을 하다 밖으로 나왔는데 하늘에 먹구름이 있고, 그 끝에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고단했던 마음과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심경이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희망을 본 배 작가는 하늘 위를 떠다니는 깃털을 그리며 <신의 뜻대로(숙명)> 시리즈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원하든 원치 않든 여기까지 왔으니 죽을 때까지 작가로서 살고 싶다”며 “죽기 일주일 전까지 작업하다 세상을 떠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 위를 유영하는 깃털은 자유롭게 살아 온 내 존재이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은 내 마음이 담겼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소나무를 그린 <독야청청>을 통해 푸르게 살고 싶은 배 작가의 바람이, 그리고 하늘을 통해 그가 바라는 푸른 꿈을 그린 작품이 전시돼 있다. 

“조각으로 인해 잃은 것도 있었고, 때로는 후회가 됐어요. 하지만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쾌감, 성취감이 있기에 조각은 저에게 잘 맞아요. 이번 전시회를 마치고 그동안 작업해 놓은 대형 조각 작품 등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도움을 준 늘꿈의 김윤숙 관장님과 SK소방 대표이자 당진시장애인후원회장인 벗 최광일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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