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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4.03.15 19:29
  • 수정 2024.03.18 11:40
  • 호수 1497

기지시줄다리기 큰 줄 제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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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여차' 구령에 하나 되는 큰 줄

 

‘의여차’ 구령이 울리자 200여 명의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하나가 되어 줄을 꼰다. 얇은 지푸라기 하나가 두터운 큰 줄이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땀과 염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모두가 하나가 되고, 뜻과 힘을 모아야만 완성할 수 있는 것이 기지시 줄다리기의 줄이다. 기지시 줄다리기의 큰 줄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공동체의 희망을 만났다.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회장 구은모)와 기지시줄다리기축제위원회(위원장 최홍섭)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기지시줄다리기에 쓰일 큰 줄 제작을 마쳤다. 이날 완성된 줄은 암줄과 숫줄 각각 무게 20톤, 길이 100m, 직경 1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줄다리기에 쓰이는 줄은 짚으로 만들어진다. 가을 수확철에 짚을 구해 줄틀이라는 도구로 줄을 꼰다. 줄을 꼴 때는 짚을 막대로 꼬아 가면서 동아줄이 100m가 넘는 길이의 암줄과 숫줄 각각 210가닥을 꼰다. 다음 동아줄을 70가닥씩 엮어서 중줄을 만들고, 다시 중줄 3가닥을 큰 줄로 만든다. 큰 줄은 몇 명의 힘으로만 꼬을 수 없기에 예로부터 마을 주민이 온 힘을 더했다. 지금은 지역사회 각계각층 봉사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수상이 이기면 나라의 평안  수하가 이기면 풍년

이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큰 줄은 줄다리기를 위해 다시 합해진다. 암줄과 숫줄이라는 큰 줄 2개를 만들고 나서 줄의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곁줄과 젓줄을 만들어 이를 당겨가면서 줄다리기를 한다. 한편 과거에는 마을의 거리를 막고 줄을 제작한 뒤 만들어진 줄을 우물이 있는 마을 광장으로 이동해 줄다리기를 했다고 한다. 현재는 도로가 개설되면서 2009년부터는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서 줄다리기하고 있다.   

줄다리기는 단순히 승패를 겨루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만들어진 줄을 행사장까지 끌고 오는 것도 줄다리기 과정에 속한다. 이를 길놀이라고 하는데, 줄 제작 장소에서 숫줄, 즉 수상이 앞서고 다음 암줄이 뒤에서 따라온다. 이때 수천 명의 사람이 힘을 합해야 한다.

줄놀이를 하기 전에는 안전을 기원하는 줄고사가 열린다. 그리고 나서 구호에 맞춰 줄을 끄는 데, 약 3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줄을 행사장까지 이끌면 두 줄을 비녀장으로 연결한다. 그 뒤 중줄과 젖줄을 풀어 사람들이 줄을 당기기 시작하는데, 3판 2선승제에 따라 수상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수하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진다. 경기가 끝나고는 사람들이 줄머리를 끊어가는데, 이 줄을 다려 먹으면 아들을 낳고, 아픈 허리가 낫고, 풍년과 풍어가 든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기지시줄다리기는 송악읍 기지시리 마을에서 전승되는 줄다리기 민속이다. 이 줄다리기는 500여 년 전 지역에 닥친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됐다고 알려진다. 농업의 특성인 볏짚이 줄다리기 줄의 기반이 된다. 그리고 줄을 꼬는 방식은 독특한 형식인 줄틀이 사용되는데, 이는 어업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여기에 시장 상인들이 비용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지시줄다리기는 농업과 어업, 상업 특성을 두루 갖춘 형태로 이어졌다. 

올해도 다채로운 행사 열려 

이러한 장관을 다음달 11일부터 14일까지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일원에서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기지시줄다리기 현장을 찾기 위해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줄다리기만이 아닌 전국 유네스코 줄다리기 한마당과 전국스포츠 줄다리기 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첫날 잔줄꼬기대회로 시작해 당진시민노래자랑과 개막식이 진행된다. 이어 2일 차에는 세한대 풍물공연을 시작으로 국수봉당제와 대동우물 요왕제, 시장기원제 등이 진행되며, 3일 차에는 신성대 태권도 공연과 세한대 전통연희학과의 공연, 유치부 사생대회 및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4일 차에는 당진시민줄다리기를 비롯해 전국 전통놀이와 한국전통줄다리기 한마당 등이 진행된다. 본격적으로 줄을 당기는 마지막 날에는 오후 1시30분부터 줄나가기와 길놀이·줄결합·줄다리기가 펼쳐진다.

[미니인터뷰]

구자동 보유자 “후배들이 잘 이어나가길” 

“줄을 만드는 자체가 축제에요. 10대 때부터 줄 만들기에 참여했는데 올해 나이가 82세에요. 옛날에는 마을에서 돈 걷어서 줄을 만들었어요. 옛날에는 한 달에 기지시장이 12번이 열릴 정도로 성행했다고 해요. 한양으로 과거 시험 보러 가던 과객, 많은 장사치가 오가던 곳이 이곳이었죠. 그때부터 줄다리기가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선현들이 이를 지키느라고 애를 많이 썼어요. 국가무형유산 유네스코에도 등재됐으니 앞으로 후배들이 잘 이어나가 귀중한 자산으로 지켰으면 합니다.”

구은모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장 “하나되고 풍요로운 해가 되길”

“줄 제작에 함께 한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첫날부터 큰 줄 제작이 수월하게 이뤄졌어요. 올해 축제도 잘 치러질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모두 고생하고 있습니다. 젊은 전승자들과 함께 줄다리기를 준비해 온 만큼 공개행사가 잘 치러져서 공동체가 하나되고 풍요로운 해가 됐으면 합니다.”

이수정 전수자 "손으로 줄을 만드는게 대단해요"

“이수자 3년 차에요. 저는 베트남에서 왔는데,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을 통역해주기 위해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를 접했어요. 처음에는 기지시줄다리기가 무엇인지 모르고 이수자로 활동하게 됐어요. 사람들의 손으로 줄을 만드는 게 대단하다 느꼈고, 여러 사람이 한마음이 돼야만 할 수 있다는 게 멋있어요. 올해는 베트남과 캄보디아, 필리핀 3개 나라가 축제장을 찾아요. 통역을 맡게 됐는데, 잘 교류하면서 줄다리기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안병현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 사무국장 

"단합과 단결, 협동심의 모체"

큰 줄을 제작하는 첫날에만 200여 명의 봉사자가 왔어요. 기지시줄다리기는 잘하는 사람 10명이 있어도 줄을 만들지 못해요.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줄을 꼬을 수 있어요. 단합과 단결, 협동심의 모체죠. 이 모습을 현장에서 봐서 좋고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도 줄이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마무리까지 잘 준비해서 시민, 관광객과 줄다리기를 하며 좋은 기운을 받고 싶습니다.”

김호영 세한대 전통연희학과 4학년 학생

"전통이 잘 보존됐으면 합니다"

"“기지시줄다리기 큰 줄 제작에 세 번째 참여해요. 잘 알지 못했던 왔던 처음에는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지금은 전통연희학과 학생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함께 참여한 것이 뿌듯해요.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 전통이 잘 보존이 돼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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