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응모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고백하거니와 지난해 나는 본 문학상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문단 풍토 뿐만 아니라 여러 문학상 제도와 그 운용에 있어서 썩 달가와하지 않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다시 말하자면 학연, 지연, 인맥, 입김 따위로 뒤얽혀있어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뒤늦게나마 서둘러 응모를 했던 것은 '그래도...'라는 어떤 믿음에서였다. 아무튼 그래서였던 만큼 작품을 시작한 것도 무척이나 늦어 마감일을 불과 일주일여 남겨 놓고서였다. 거의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일주일여만에 몇백매의 원고를 메꾸기란 우선 그 분량면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내내 허덕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렇게 서둘렀던 탓에 작품의 구성면에서나 밀도에 있어서 허술했다는 점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황망히 작품을 던져놓고 이게 아니지 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심훈문학상’ 운영위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