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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2.02.16 00:00
  • 수정 2017.08.10 17:26
  • 호수 406

당진화력 하용자 보건관리자가 추천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군대의 맹종문화가 있는 한 자유민주사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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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박노자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가격 / 8,500원

‘근대문화로부터의 해방’이야말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목적

며칠전, 일간신문에서 이 책의 광고를 보았다. 박노자 교수. 가끔 한겨레21에서 노르웨이 사회를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괜찮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영화 ‘춘향전’을 보고 한국에 푹 빠졌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생. 관광객 가이드, 통역, 번역가, 유학생활 등 한국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거쳐 지금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노자. 그의 유려한 필체와 핵심을 꿰뚫는 논리는 지금까지의 모든 한국, 한국인 비판을 뛰어 넘는다”라고 신문에는 소개되어 있었고 한쪽 귀퉁이에 작은 제목들이 눈에 뛰었다. 독재자에게 후한 한국인… 숨막히는 종교패거리주의, 군대에 가야만 남자인가, 상아탑의 노예들, 너무나도 어두운 스승의 그림자, 위로부터 강요된 민족주의…
춘향전에서 받은 환상적인 인상으로 인해 그때부터 러시아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고전소설 번역판을 닥치는 대로 구해서 탐독하기 시작/ 평화와 참선, 무소유의 인생을 꿈꾸며 대학에서 불교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했었음/ 조선(북한) 역사학과에 입학해 한국사, 한국어, 한문학을 공부함.(~내면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한문 문장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한시의 시마에 시달렸다…)/ 3개월의 고려대학교 생활/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를 졸업/ <5세기 말부터 562년까지 가야의 여러 초기 국가의역사>라는 논문으로 아시아 및 아프리카학부 박사 학위/ 경희대 러시아어과 전임강사 역임/ 99년 한국 국적 얻음/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한국학 교수.
책의 앞면에는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가 바라본 한국사회의 초상, 서로 잡아먹기를 탐내는 사회, 전근대와 국가주의를 넘어서 designtimesp=25751>라고 씌어 있고, 뒷면에는 홍세화씨의 글이 있다. <그는 이방인의 눈을 가졌으나 그의 가슴은 한국인의 것이다. 뛰어난 우리말 능력으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내는 그의 글에 날카로움과 함께 항상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정서의 아우름. 그를 갖게 된 것은 우리에게 크나큰 복이다 designtimesp=25752>
책머리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노조의 지원을 받는 좌익정당들이 국회의석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입사 때 여성이나 장애인이 정상적인 남성보다 더 유리한 평등의 나라에서 살면서, 노동운동가들이 감옥에 잡혀가고 여성들이 손님의 냉면을 잘라주는 ‘음식점 아줌마’ 정도의 역할밖에 맡지 못하는 고국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기가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학생들이 교수를 만날 때 노르웨이처럼 동등한 인간으로서 웃으면서 악수할 수 있는 나라… 다양성의 나라, 평등한 나라를 위하여 좥서로 잡아먹기를 탐내는 사회좦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병들을 앓고 있는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논해보고, 치료과정에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다양한 경험과 많은 한국문학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하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서 한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깊이 있는 우리나라의 역사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의 폭력과 전근대성, 인종주의, 패거리문화를 애정어린 눈으로 비판하고 있다.
“군대의 맹종문화가 직장생활을 지배하는 한 하급자의 자유로운 의견개진, 상급자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 거침없는 자기권리주장 등 자유민주사회의 직장문화가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할 것이다. ‘군대문화로부터의 해방’이 한국시민사회운동의 하나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때리는’ 의무군대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유럽의 자유민주국가의 상식이 되어버린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대체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 결국 ‘커닝’을 포함한 이기적인 부정행위들이 사회적 진보를 가로막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이다.”
“교수에서 ‘불법노동자’가 된 한 몽골 지성인 이야기를 하면서 ‘인종주의의 수용은 조선의 개항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는 동남아시아 계통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인종주의로 인한 각종의 좌절과 수모, 빈민의 연속이다...과학적 역사 이해나 사회분석의 훈련을 받지 못한 일반인들이 한사람의 성공과 신분을 그 천품이나 능력과 연결시키듯...성공의 신화를 믿고 성공열에 불타는 아직까지 사회과학적인 안목이 일반화되지 못한 사회로서는 실패로 생각되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빈곤의 탓을 그 민족성에서 찾으려는 것이 너무나 손쉽고 당연해 보이는 논리다. 이와 같은 단순한 사고의 함정을 면하려면 각급 학교의 사회탐구수업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서구, 미국 시민사회의 형성과정을 매우 도식적으로 찬양의 어조로 서술하는 교과서 대신, 식민지 획득과 착취의 실상, 19세기의 인종주의 발생, 인종적 사고의 허위성 등을 충분히 묘사하는 문제의식이 강한 교과서들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사교과서에서도 식민지 시절의 수많은 지식인들의 친일행각에 대한 더 정확하고 풍부한 서술과 함께, 친일적 문화주의와 민족개조론의 인종주의적 측면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오늘 “2002년, 우리가 박노자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라는 또다른 책소개를 보았다. 애정이 담긴 비판과 지향점을 제시해 준 한국인을 만났다는 것, 그와 같은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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