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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5.03.06 00:00

핵에너지, 과연 타당한가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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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74년이후 한건의 원전도 발주하지 않았다

* 원자력은 경제적인가

◆피폭도 인체와 자연에 치명적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전문가중에서 ‘맞으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괴변을 늘어놓기도 하는 저선량의 피폭도 누적되면 생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조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는 슈피겔지 5월 24일자 과학란은 원전 주변의 여러지역에서 보통지역보다 더 많이 생기고 있는 어린이 백혈병 및 암은 방사능이 유전자에 끼친 영향에서 비롯된 것임을 과학자들이 면밀히 검토하여 인정해 가고 있는 추세를 소개하고 있다.
모든 과학자들은 이제 원전에서 체르노빌 같은 방사능 누출사고가 나면 반경 300km 안으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동·서해안을 비롯해 바닷가를 뺑둘러가며 원전을 짓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 견주어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자.
영광이나 고리, 월성의 어느 한 곳에서라도 사고가 난다면 전 국토는 단 하루만에 방사능 낙진에 뒤덮이게 된다. 부산은 원전 4기가 돌아가고 있는 고리에서 북방으로 고작 25km 떨어진 곳에 있을 뿐이다. 서울은 영광에서 직선으로 300km가 채 안되게 떨어져 있으며 고리에서는 300km를 조금 넘는 거리에 있어 방사능의 손길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다. 원전이 들어선 영광이나 고리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지역만이 아니라 남한전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되어 버릴 참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경제는 그날로 결단나고 말 것이다. 방사능의 폐해를 모르는 나라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우리나라의 물건을 사려고 들지 않는다. 체르노빌에서 700km 떨어진 터키의 잎차 재배단지에서는 모든 잎차재배 단지들을 폐기처분해야만 되었던 상황이 이를 잘 말해준다.
원전추진론자들은 발전소나 핵폐기장 부지 주변 주민들의 반대에 대해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몰아부치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이 전국민적 필요를 외면하는 것으로 볼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이 원전추진에 이해관계를 가진 극소수 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맞서서 국민 전체의 이익을 힘겹게 대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전이 모든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만 하면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결코 값싸게 먹히지 않는다.
이렇듯 현대의 최첨단 과학기술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방사능에 인간과 자연을 내맡겨둘 수 없다는 점 이외에도 원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진 데는 그것이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은 시설비가 비싸고 안전성 보장을 위한 투자비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으며 막대한 핵폐기물 처리비용과 발전수명이 끝난 뒤의 철거비용을 가산하면 어떤 발전 방법보다 비싸게 먹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전의 경제성 여부를 따질 때 자신에게 유리하게 숫자 조작을 일삼는 일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투자가치를 엄밀히 따져 손해볼 일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세계은행의 움직임을 참고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이미 90년에 원전에 자본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선언하였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은 이미 74년부터 한건의 원전도 발주하고 있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이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찬양하며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던 영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대처수상이 89년 적자에 시달리던 국가 에너지 공급기관을 민영화했을 때 영국의 원전산업은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국영기관이 이때껏 공개하지 않았던 경리장부를 은행가들이 정밀분석해 본 결과 원전은 현재 개발돼 있는 신기술을 이용하는 발전방법보다 다섯배 이상 비싸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91년도 원자력 회의자리에서 한전사장이 ‘더이상 원전이 싸다고만은 할 수 없어 깨끗한 에너지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실토하고 있으며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한전 사장은 마찬가지 견해를 털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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