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webmaster@djtimes.co.kr)
22년 전 4월 어느 봄날 토요일 오후…… 아마 요즘 같은 날씨였으리라. 대학생이던 형님이 카메라를 들고 내려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남매들은 출타하신 아버지를 빼고 어머니와 시골집 뒤뜰 보리앵두나무 앞에서 햇빛이 눈에 부신 듯 잔뜩 찡그린 채 어설프고 시골스러운 포즈로 사진촬영을 했다. 그 후로 얼마 후 5.18이 일어난 것으로 기억한다. 평온하고 안락하던 집은 개발의 소용돌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벚나무, 감나무, 살구나무들과 함께 고속도로에 묻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중년의 듬직한 가장이 되어있을 형님은 현대사회의 각박함을 뒤로한 채 두 조카얼굴에 희미한 흔적만을 남기고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 먼저 가버렸다. 우리 5남매의 가슴에 영원히 간직될 애절함이 서려있는 사진이다. 뒤돌아보면 한없이 그리운 것들로 이 나른한 봄날을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