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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볼만한 산 ]제21회-영남의 소금강 “남산 제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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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의 큰 맥이 빚어놓은 빼어난 절경, 모여든 산자락들 속에 꽃술처럼 솟은 자태

박 대 희
당진산악동우회 회장

대간의 큰 맥은 하단부에 삼재 불입지처인 천하의 명당 가야산과 해인사를 빚어놓고 그 서편에 또 하나의 빼어난 절경을 만들었으니 영남의 소금강 남산 제일봉(1010m)이다.
불꽃이 타오르는 듯하여 석화산(石火山) 또는 소의 머리 형상을 닮았다하여 우두산(牛痘山)이라 부르기도 한 가야산을 모산으로 하는 제일봉은 가야산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가야산을 남성적인 산이라 한다면 소담하고 섬세한 제일봉은 아름다운 여성에 비유할 수 있다.
가야산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사계절 언제 보아도 정감이 넘쳐 흐르는 아기자기하면서 수려한 멋을 물씬 풍기는 산이다.
산이 반이요, 절이 반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찰이 산재하여 있는 가야산은 삼보 종찰이며 해인 삼매라 하여 깨달음의 경지를 해인이라 하는 해인사를 품고 있다. 가야산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때 이곳의 많은 산들 중 사랑을 듬뿍 받아왔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이다.
가야산과 제일봉을 사이에 두고 홍류동천이 수많은 세월동안 유유히 4㎞에 달하여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계곡은 붉게 타는 듯한 가을 단풍잎이 계곡에 비칠 때 그 물빛이 너무 붉게 보인다 하여 홍류동 계곡이라 명명하였다 한다.
산자락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어 그 중앙에 꽃의 수술처럼 위치한 제일봉은 남동으로 매화산, 북동으로 이 상봉과 동으로 가야산의 정상인 상왕봉이 에워싸고 있다.
계곡따라 태고의 신비를 자랑하듯 길가의 아름드리 노송들은 그 잎을 길가에 소곡히 뿌리니 고즈넉한 자태는 고찰의 정취를 더욱 실감나게 한다.
그 절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영남 소금강이란 휘호를 주었을까, 하는 마음에 홍류동 어귀에 능산정이란 팻말을 따라 등산로를 밟았다. 홍류동을 가로지른 등산로는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오를 수 있으며 한적한 솥밭길을 따라 1시간 정도 가면 청량사 안부의 시원한 샘물을 만난다.
그 물 한모금으로 목을 축이니 고찰인 청량사는 숙연한 모습으로 중생들의 삶을 굽어보는 것 같았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소나무수로 병풍을 둘러친 듯하며 나무가지의 푸른 새싹들이 힘찬 생동감을 보인다.
길가에 선 노송들은 아직은 아침 바람이 쌀쌀한데 추워보이기 보다는 오히려 청정한 모습으로 우리 일행의 발길을 재촉하는 하객 송 같았다.
청량사 좌측의 등산길을 따라 올라서니 이곳 제일봉에서 가장 힘든 오르막이 우리 일행을 맞이하여 한참을 오르니 주능선에 이르고 안부에서 다시 좌측의 바위 군락지를 따라 오르니 산의 정취가 가슴에 와닿는 것 같았다.
북쪽 저 멀리 가야산의 정상인 상왕봉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로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이 공중에서 솟은 듯하며, 매우 높고 수려하여 석화산이라 부르는 상왕봉이 뿌연 이내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을 향하는 길은 시간이 흐를 수록 심오한 경치를 이루는 절경의 숲길로 이어지며 소금강이라 칭하는 의미가 허사가 아닌 듯했다.
남산 제일봉은 주능선에 7개의 기묘한 형상의 암봉으로 솟아있으니 이 산을 골격산 혹은 동자승들이 불경을 펼쳐놓고 1천 부처가 모여있는 듯하여 천불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 마디마디를 포개놓은 듯한 기암의 군락지는 여느 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비경이라 할 수 있으며 울창한 수림위로 솟구쳐 오르는 기묘한 암주와 단애는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저마다 자태를 뽑내는 대자연의 오묘함을 보여준다.
고개를 들어 어느 곳을 바라보아도 기암괴석이 수려한 바위 군락을 이루며 아슬아슬한 바윗길의 등산로는 돌기둥 사이로 길게 뻗어 나가니 암주의 행렬이 참으로 다양하다.
해인사 건립 이후 국찰이자 호국신앙의 요람으로 그 명을 이어왔던 이곳은 재해를 일곱차례나 겪었다한다.
그러던 중 남산 제일봉이 해인사 화기를 누르는 기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매년 단오날이면 승려들이 정성을 다하여 정상에 소금단지를 묻곤 했으며 지금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제일봉의 바위 하나 하나가 모두 부처의 형상이며 중생에게 자비로움을 베푸는 관음보살과 육도의 중생을 극락으로 이끌어준다는 지장보살도 있으며 그 무서운 서천왕도 있으니 그래서 청량사의 스님들은 남산 제일봉을 천불산이라 부른다.
정상을 지나 북동의 하산길로 접어드니 지금까지와 다른 포근한 흙길로 이어지며 이제막 솟아오른 힘찬 새싹들의 행렬을 따라 걸으니 저 멀리서 은은하게 일천불의 목탁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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