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사회
  • 입력 2002.07.07 00:00
  • 호수 426

[Ohmynews 언론] 북 경비정 격침이 그렇게 중요한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냄비 언론은 히딩크에게 배워라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룬 지금에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히딩크 배우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히딩크가 지금까지 실천해 온 과정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도 알고 있었지만 다만 일관되게 실천해 오지 못한 것일 따름이라는 지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껏 히딩크가 실천해 왔듯이 나름의 장기적 계획을 갖고 일관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고질적인 병폐의 기저에는 눈앞의 이익이나 감정을 부풀려 국민들을 충동질하는 냄비 언론들이 있어왔다.
이번 서해 교전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언론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냉정한 분석과 합리적인 대책보다는 오로지 일부 지엽적인 문제를 확대시켜 국민들의 대북 악감정과 강경 대응을 무책임할 정도로 부채질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7월2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도주하는 북 경비정을 격침하지 말라고 군 고위지휘관이 지시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벌써부터 김동신 국방장관, 이남신 합참의장, 임동원 특보 등 문책 대상까지 적시하고 나섰다. 진상규명과 대책 수립에 전력해야 할 현 시점에서 막연하기 그지 없는 책임소재부터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신문은 사설에서 이번 교전을 ‘서해 참패’로 규정하여 목숨을 걸고 북한 경비정을 패퇴시킨 해군 장병들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섣부른 감정적 대응이 NLL 인근에 배치된 북한의 병력과 장비를 고려할 때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위험 천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일부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격침론’ 뿐이 아니다. 온통 햇볕 정책 때문에 우리 아까운 장병이 희생되었다는 인과관계 없는 무책임한 주장이 판을 치고 있다. 대통령이 예정된 방일 행사를 치른 것, 예정된 금강산 관광선을 출항시킨 것, 심지어 국가안전 보장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까지 참으로 지엽적이고 감정적인 일부의 목소리를 오히려 확대시켜 국민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이런 식의 문제제기는 침착한 대응과 합리적인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로지 장병의 희생에 격분한 국민의 정서에 영합하고 냉전의식을 부추기는 것밖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 대통령이 모든 일정 취소하고 군복으로 갈아입고 국가 비상상태라도 선포해야 되는 것인가?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으로 죽 쑤고 있을 때 히딩크의 모든 면이 냄비 언론들의 공격 대상이었다. 공식 행사에 그의 연인과 같이 참석했다고, 숙소에 연인을 불러 들였다고, 주전 멤버를 빨리 확정짓지 않고 허구한날 실험만 하고 있다고, 심지어 그의 당연한 권리인 휴가조차도 성적도 부진한데 휴가나 챙겨먹을 때냐고 나무라면서 참으로 다양하게 물어뜯곤 했다. 그러고는 지금은 히딩크 영웅 만들기에 또 열중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이다.
좥지난 5월 이스라엘 샤론 총리가 부시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회담 중에 텔아비브 인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샤론 총리는 방미일정을 단축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강력한 대응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여객기 추락사건이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은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대책을 논의하는 등 기민한 재난대처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미군 유해송환 협상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전통과 미덕은 자국민 한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그토록 귀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공교롭게도 서해교전 다음날 월드컵 폐막식이 열려 대통령은 총총히 일본에 가야 했고, 간김에 정상회담까지 가졌다. 그 기간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누그러지지 않았고 순국장병들은 한줌의 재가 되었다. 월드컵으로 얻은 국민적 자존심을 햇볕정책으로 뭉개버린 것 같아 국민들은 더욱 화가 치민다. (조선일보 7월2일자 만물상 ‘서해교전과 월드컵’)좦 샤론 총리의 강경한 대응을 본받자 이건가? 그래서 이스라엘이 지금도 팔레스타인의 자살 폭탄테러에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기를 꺼려 할 정도로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인가? 부시의 올바른 대응으로 현재 미국 국민들은 또 다른 테러 가능성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인가? 확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퇴각하는 북한 경비정을 악착같이 따라가서 기어이 격침시켜야만 우리 장병의 한 사람이라도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것인가? 오히려 우리 장병들의 생명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아닌가? 월드컵으로 얻은 국민적 자존심을 햇볕정책으로 뭉개버렸다고? 비록 장병의 희생에 가슴 아파하지만 그 정도로 뭉개질 만큼 국민의 자존심이 허약하지는 않다.
불과 18개월 후면 나타날 성과를 가지고 그걸 참지 못해 히딩크를 그렇게 물어뜯었다. 하물며 민족의 장래가 걸린 남북관계에 이렇게 죽 끓듯이 일시적 감정에 편승하려 해서야 되겠는가? 지금은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이성적인 국론 결집이 필요할 때이다. 책임 추궁도, 햇볕 정책에 대한 물어뜯기도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효율적인 대책을 단계적으로 세워 놓은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제발 흥분하는 언론들은 히딩크에게서 좀 배워라. 그렇게 죽 끓듯 하면서 착실히 기본기를 연마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하물며 우리 민족의 생사와 장래가 걸려 있는 남북 문제를 그렇게 감정적으로 몰아 부쳐서는 안될 것이다.
히딩크는 유럽 팀에 깨지면서도 “많은 것을 배운 경기였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 “5월말에 전력이 극대화되도록 준비되고 있다”며 냄비 언론들의 극성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계획과 신념대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히딩크가 성적부진을 질타하는 언론에 휘둘리고 흔들려서 성급하게 성과를 내고자 했다면 월드컵 4강 신화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남북문제도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하루 아침에 끝낼 수 있는 문제도 아니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북한이 무장공비를 보내 청와대를 습격하려 했을 때도, 판문점에서 도끼로 미군 병사를 살해했을 때도, 핵문제로 미국의 북한 폭격이 임박해서도 전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공멸하는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성의 힘이었다.
그런 면에서 왜 퇴각하는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키지 않았냐고 흥분하고, 대내외적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안심시키기 위해 예정된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대통령을 감정적으로 비판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정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며, 걱정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제공‘오마이뉴스’는 본사소속 바른지역언론연대와 기사제휴한 인터넷신문입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