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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에서 걷기까지 15년, 이제는 작은 구두수선가게 사장으로 - 허성무씨(당진읍 허구두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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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의 삶을 사는 2급 장애인 허성무 씨

삶이 항상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은 아니다. 희망을 품은 자에게, 꿈을 지닌 자에게, 그리고 노력하는 자에게 삶은 정체일 수 없다. 삶이란 끊임없는 진보와 개척의 연속임을 허성무(39)씨는 자신의 가슴 찡한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허씨는 지난 2월, 당진천주교회 골목에 2평 남짓한 구두수선가게를 열었다. ‘허구두쇠’란 간판을 달고 작은 가게의 사장이 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보잘 것 없는 허름한 가게일지 모르나 허씨와 그의 삶을 아는 이들에게 그것은 희망의 성과였고 그의 노력이 이루어낸 커다란 결과물이었다.
지난 1985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허씨는 의식을 되찾을 때까지 5년이 걸렸다. 그러나 긴 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고통은 시작됐다. 아무런 기억도 남아있지 않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어머니의 손길을 빌려야 했다.
그로부터 8년, 그는 오로지 걷겠다는 희망으로 기다시피 당진헬스장에 다니면서 다리의 근육을 강화시켰고 그 결과 그의 손에서 목발을 떼어냈다. 스스로 일으켜 세운 다리로 그는 일하기 시작했다. 아침 7시면 계성초등학교 앞 사거리에 나가 교통정리를 도와줬고 공공근로요원으로 불법주정차 단속을 했다.
“사고를 당한 후 꼬박 13년만에 걷게됐죠. 다리는 제게 새 삶을 열어주었어요. 하나님의 축복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게 됐죠.”
그가 ‘허구두쇠’ 집을 열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한달에 30여만원을 받는 공공근로사업으로는 앞으로의 생활을 준비할 수도, 계획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이상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렇지만 만약을 대비해 적금이라도 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가게를 열기까지 너무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때가 되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살거예요. 하나님의 뜻대로 제가 받은 사랑을 모두 베풀어야죠.”
열쇠복사, 도장, 구두수선·광택 등 여러 가지 일을 하지만 그는 주로 구두를 닦는다. 가게를 외진 곳에 차려서인지 구두를 닦는 것 외에 다른 손님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월 40만원 정도밖에 못 벌지만 점점 나아지겠죠”하며 쉬지 않고 구두의 광택을 내는 허씨. 그가 닦는 것은 구두만이 아니다. 그의 지난 삶에서 알 수 있듯 그가 낸 구두의 광택은 희망의 빛이다. 삶이 그에게 가져다준, 그가 스스로 삶으로부터 이끌어낸 개척의 빛이다.
보증금 1백만원과 월세15만원의 작은 가게, 그는 그곳에서 오늘도 하루종일 구두를 닦는다.

이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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