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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2.10.27 00:00
  • 수정 2017.08.16 10:11
  • 호수 440

당진교육청 김규환 학무과장이 추천하는 <뿔>
생활어의 천연스러운 시적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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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지은이 / 신 경 림
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궁극의 자유를 향한 시인의 떠도는 발길

김규환 - 당진교육청  학무과장


신경림은 1935년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시집으로 「농부」(1973), 「새재」(1979), 「달넘세」(1985),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88), 「바람의 풍경」(2000) 등 많은 시집을 내었다.
이번 시집 신경림의 「뿔」은 시적 노숙성을 보여주는 시집이라 하겠고 나 자신이 매우 감동깊게 읽었다.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88)과 달리 이 시집엔 「편지」, 「강건너」에서처럼 죽음의 이미지가 친근하게 드리워져 있다.
생활어의 천연스런 시적 활용, 표현의 구체성, 정교함과 밀도 높은 서정적 표현의 솜씨가 여전하고 시의 사회성도 한결 무르녹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감명을 준다.
이 시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떠돌아다님’의 이미지가 충만하다는 점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시어들은 ‘가다’, ‘걷다’, ‘서성이다’, ‘헤매다’, ‘찾다’ 등으로 삶의 방향, 궁극의 자유를 향한 회귀, 바로 그것이다.
시집 속의 「집으로 가는 길」의 한 부분을 볼 때 긴 그림자로 비유된 무거운 세상, 잡담을 훌훌 떨쳐버리고 땅거미 속을 가볍게 걸어가는 회자의 세속을 벗어버린 형상이 자못 인상적이다.
단순한 경물 묘사에 그치지 않고 시인 자신의 철학이 짙게 투영된 하나의 인생을 잘 나타낸다.
여기에서 그의 발길은 삶의 쓸쓸함보다는 존재의 외로움을 향해 있다고 본다.
지난 시절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이제 그에겐 한낱 빛 바랜 수채화에 지나지 않는다.
시 뿐만 아니라 문학 전반에 걸친 현상이지만 요즈음의 우리 시는 너무 가볍다. 또 너무 쉽게, 너무 함부로들 시를 쓴다.
시가 경박해지는 것도, 시를 너무 쉽게 쓰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나친 독자에의 영합이 더 문제다. 시도 남에게 하는 말인 만큼 듣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실 독자가 없는 시처럼 비참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의식한다는 것과 영합은 전혀 다르다.
의식한다는 것은 독자에게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는 뉘앙스를 가진 반면 영합은 독자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골라서 한다는 뜻이 강하다고 보겠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시집 「뿔」에서 작가가 말했듯이 “나는 요즈음 시도 한 그루 나무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끝내 모르고 지나간다. 그래도 시는 그 자리에 나무처럼 그냥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시를 쓴다” 는 작가의 말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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