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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쓴 면사포, "행복하게 살 거예요” - 우강면 강문리 장금산·김연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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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합동결혼식]

“우리는 돈 욕심 없어요. 돈 많은 사람이 부럽지도 않고. 고생한 사람이 고생한 사람 마음 안다고들 하잖아요. 뒤돌아보면 지난날은 정말 끔찍했어요. 밥 먹 듯이 굶곤 했죠. 지금은 먹는 것 구애받지 않고 살고 있으니 행복하죠. 우리 부부 잘 살고 있어요.”
우강면 강문리의 장금산(46)·김연미(42) 부부는 동거 22년만에 지난 10월29일 가원예식장에서 6쌍의 동거부부들과 함께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22년 전, 서울 처녀였던 김씨는 합덕의 외가댁에 왔다가 남편 장씨를 만나 번개불이 번쩍, 그만 첫애를 임신했다. 친정의 불같은 반대가 있었지만 김씨는 정한수를 떠놓고 시댁식구들만 모인 가운데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허름한 초가집에서 시부모를 모시고 장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남편 장씨는 공사현장에서 밤낮으로 일했지만 일거리가 항상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돈벌이가 넉넉지 못했다. 부모에게는 세끼 꼭 차려주었지만 장씨와 김씨는 굶는 것을 밥 먹 듯 할 정도였다. 시아주버니가 해준 두 돈 반짜리 금반지도 팔아야 했다. 할 수 없이 부인 김씨는 남편을 따라 공사현장으로 나섰다.
“7년 동안 공사판에서 일했어요. 아마 웬만한 남자보다 삽질은 내가 더 잘할걸요.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식모 살이, 농번기 때 품팔이, 식당일 등 닥치는 대로 돈이 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다했어요. 그래야 먹고 살 수 있었으니까요.”
둘째를 가졌을 때는 일을 나갈 수 없어서 10리 밖까지 개미처럼 땔감을 구하러 다녔다. 홀몸이 아닌 몸으로 악착같이 일했으니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지기도 했다. 그렇게 일해서 부부는 지난 ’93년 쥐가 들끓었던 집을 허물고 아담한 벽돌집을 짓기에 이르렀다.
“결혼식날 새삼스럽게 떨리지는 않더라구요. 일에 지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몰랐어요. 남편은 조금 당황하고 떨기도 했죠. 그래도 22년만에 쓴 면사포가 기분 안 좋을 리가 있나요. 일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 갔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아직 첫날밤도 못 지낸 거죠.”
장씨와 김씨에게 서로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더니, 사랑한다는 말은 못하고 빙 돌려서 다른 말만 한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른 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지독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만큼 장씨와 김씨의 신혼생활은 여느 부부 못지 않게 행복할 것이다.

이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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