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한국전 때 근무한 레이더기지 위치 수소문

한 주한미군이 아버지가 근무했던 옛 부대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수소문 중이다.
“죽기 전에 목숨을 걸고 싸운 50여년 전 한국의 군복무지를 사진으로나마 다시 보고 싶다”는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기 위한 것.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데이비드 그로미터(David Grometer, 72)씨는 한국전쟁 때 미군으로 서해안 일대의 레이더기지에 근무(1952~1953)했으며, 당시 소속 부대를 충남 태안, 당진, 서산이었거나 그 인근지로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다.
데이비드 그로미터 씨는 “당시 헬기에서 찍은 ‘성기미(Sung-Gi-Mi)’라는 곳은 자신의 소속부대의 지명으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현재 주한미공군으로 근무하고 있는 아들 브렌트 그로미터(Brent Grometer, 31) 대위에게 꼭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아들 브렌트 대위는 지난 11일부터 기독교과학연구회의 한 자원봉사자와 함께 태안과 당진 등 서해안 일대를 돌며 수소문한 결과, ‘성기미’란 곳이 당진군 송산면 ‘성구미’일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희소식을 얻었다.
송산면에 근무하는 이용희 총무담당이 당시 데이비드 그로미터씨가 고아원, 난민촌 등에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장면을 비롯해 주변 풍물을 찍어둔 사진을 보고 “‘성기미’라는 곳은 확실히 ‘성구미’가 맞다”며 연락을 전한 것이다.
이용희 총무담당은 “어렸을 때 인근에 미군부대가 주둔했었던 기억과 사진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성구미가 확실하다”며 “한 주한미군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는 데 도움이 돼 기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용희 씨는 오는 26일 오후 3시경 브렌트 대위에게 현지를 안내하며 성구미 일대를 돌아볼 계획이다.
이달 말 복무기간이 끝나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브렌트 대위는 “아버지의 군복무지역을 사진에 담아 생전에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애틋한 사연을 접한 국가보훈처는 브렌트 대위를 초청, 오찬과 함께 소정의 기념품을 전달하며 격려할 예정이다.
또 재향군인회와 상의해 그로미터씨에게는 참전용사 예우 차원에서 아들편에 ‘평화의 사도’ 메달 등 참전용사 기념품도 함께 전달할 계획이다.

이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