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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3.01.19 00:00
  • 호수 451

인생의 질곡 헤친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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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옛날곱창 이상란씨

남편 잃고 고향 떠나 긴긴 셋방살이 세월
지난해 15평 좥옛날곱창좦 개업 “이젠 부러운거 없네요”

손에 잡았다 싶었다가도 훨훨 날아가는 것이 행복이다. 저만치 날아갔나 싶었다가도 어느새 어미 품에 안기는 새끼처럼 가슴에 폭 안겨오는 것 또한 행복이다. 이젠 달관한 듯 삶을 관조하며 사는 어르신네들도 이렇게 말한다.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 행복이여...라고.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별다른 꾸밈이 없어도 아름다워 보인다. 재산이 많다거나, 높은 자리에 앉았다거나, 큰 성공을 거두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 그것은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하고 꽃 피워나가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너그러운 웃음이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 그 웃음이 자신의 내부에서 피워낸 꽃처럼 행복해 보이는 사람, 합덕옛날곱창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란씨를 만났다.
“지난해 딸들의 도움으로 15평짜리 합덕옛날곱창을 개업했어요. 그런데 이 가게가 몇 층이나 되는 빌딩도 부럽지 않을 만큼 참 좋네요. 쪼그맣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 가게니까 나에겐 제일이죠. 이젠 정말 부러운 거 없어요.”
너그러워 보이는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호호호, 웃는 이씨에게도 떠올리기조차 괴로운 질곡의 세월이 있었다.
예산에서 남편과 함께 그럭저럭 농사를 짓던 이씨가 합덕으로 넘어와 지금의 행복을 가꾸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어느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건강했던 남편에게 간경화란 몹쓸 병이 찾아왔다. 2년 반 동안 모든 일을 제쳐두고 병간호를 했지만 야속한 남편은 끝내 이씨와 1남4녀를 두고 세상을 버렸다. 지난 1994년 집과 논을 팔아 빚을 갚고 고향을 등지는 이씨의 손에는 올망졸망한 어린 자식들과 두툼한 보따리 뿐, 지폐 한 장 있질 않았다.
“그때부터 월 5만원의 셋방살이를 시작했어요. 식당에서 잡일을 하면서 애들을 키워야 했죠. 옆도 안 보고, 앞도 안 보고, 하늘도 안 보고, 땅만 보면서 살았어요. 내가 어찌됐건 새끼들 버리지 않고 살겠다는 의욕만 있으면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든, 못 살 거 없어요. 애들 때문에 그 세월 견뎌낸 거죠.”
괜한 질문을 던진 것일까. 이씨의 서글서글한 눈매 끝으로 진한 눈물이 방울졌다. 멋쩍어져서 애꿎게도 왜 이렇게 음식값이 싸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이씨 왈, 술 한잔 곁들이고 부담없이 드시다 가시라고 싸게 받는단다. 가게를 새벽 1시 넘어 닫는 이유도 손님들 때문이다. 손님들이 일부러 구석진 곳에 있는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는데 일찍 문을 닫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손님 얘기를 하는 동안 이씨는 “요즘은 단골 손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다시 꽃 같은 웃음을 띄웠다.
“대학을 포기한 딸들이 이젠 대학을 가고 싶다고 하네요. 할 수 있는 데까지 뒷바라지 하고 좋은 남편 얻었으면 좋겠네요. 아들도 마찬가지구요. 내 자식들은 나 같이는 살지 말아야죠.”
이씨는 무엇보다도 어려운 살림을 묵묵히 따라준 딸들과 막내아들이 고맙다. 지난해 9월에 개업한 ‘합덕옛날곱창’도 직장을 다니는 딸들이 월급을 모아 보태준 것이다. 이씨의 남은 희망은 바로 그 딸들과 아들에게로 향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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