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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4.01.18 00:00
  • 수정 2017.08.16 13:40
  • 호수 499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한·일을 가르지 않는다 - 김희숙(초락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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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권정생
- 출판사 : 우리교육
- 가 격 : 5,600원

김 희 숙
시인, 나루문학회원
초락초등학교 교사

‘독도의 자연’우표 발행으로 그렇지 않아도 편치 않은 한일 관계가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4년과 2002년 두차례의 독도 우표 발행에 이어, 2003년에는 섬 시리즈 1탄으로 ‘갯메꽃’, ‘왕해국’, ‘슴새’, ‘괭이갈매기’ 등 독도의 꽃과 새, 총 4종류의 우표 발행을 계획해 1월16일 발행했다. 독도 우표 발행 후 일본의 반응이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책 소개를 한다고 하면서 서두를 너무 무겁게 시작한 것 같다.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권정생님이 쓰신 『슬픈 나막신』이다. 권정생님은 우리 초등학생과 교사들에게는 참 친근한 분이시다.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 국어책에 실려있는 ‘강아지 똥’으로 우리 아이들은 권정생님의 글을 만나게 된다. 세상에 참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개똥도 세상에서 꼭 쓸모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심지어는 제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민들레의 예쁜 꽃을 피워주는 장면에서는 눈물까지 흘리는 경우도 있다. 1학년 때 ‘강아지 똥’을 만난 후 3학년이 되면 ‘하느님의 눈물’이라는 책을 통해 권정생님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다.
‘슬픈 나막신'은 권정생님이 ‘강아지 똥’을 쓰고 난 뒤 장편으로는 첫번째가 된다. 물론 우리에게 더욱 많이 알려진 장편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몽실언니』이지만 이 슬픈 나막신을 읽으면 권정생님의 작품을 이해하는 배경을 갖게 될 것이다.
권정생님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0살 되던 1946년에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유년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그는 궁핍한 생활과 더불어 당연히 일본 안에서 조선인으로서의 차별을 겪는다.
이 ‘슬픈 나막신'은 바로 일본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선인으로서 차별을 겪지만 당시 일본사람, 한국사람 구별없이 겪었던 궁핍한 생활모습과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또한 전쟁 등의 이유로 흩어져 사는 쓸쓸한 가족들, 그 중에서도 마음의 고통이 많았던 아이들의 마음 속을 조용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하지만 엄마가 살뜰히 챙겨주는 주인공 준이와 준이를 두고 실갱이를 하다가 고아원에서 부잣집 양녀가 되어 부유하게 사는 하나코, 병든 아버지와 밤늦게까지 일하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모두 해내는 4학년답지 않은 에이코. 그리고 한국아이이면서 엄마의 보살핌이 없어 늘 더러운 분이 등 대부분이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한국과 일본을 가르는 것과 관계없이 아이들의 세상은 지구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참으로 비슷한 모습이다. 서로 도와주고 위해주고 간간이 다툼도 하면서.
이제 정말 공부하는 것 말고는 특별히 부족한 것이 없는 우리 아이들과 예전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싶은 부모님들께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게 웬 동화책 속의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우리 어른들이, 나의 부모님이 겪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부모님의 말씀이 잔소리로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나막신은 일본 사람들이 신는 신인데 어른들이 어릴 때는 아마 ‘게다’라고 했던 것 같다. 나 역시 어린시절 이 게다를 신어 보았다.
그런 기억을 되살려 가면서 부모님의 경험도 간간히 들려주고,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일본과의 관계도 이야기하는데 계기가 될 책이다.
돌아봄은 나아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돌아보고 생각하고 그리고 2004년을 힘차게 내딛는 좋은 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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